[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중학 중퇴 가출소년은 어떻게 수백억 외식업체 일궜나
중앙일보
“아내와 연애하던 때인데 안정적인 밥벌이가 필요했다. 2002년 서울 논현동 반지하 단칸방에서 형이랑 김밥 장사를 시작했다. 그땐 몰랐는데 ‘화류계’ 생활이 도움됐던 거 같다. 춤을 짜고 가사를 썼을 때의 심정처럼 내가 만든 브랜드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시절만 해도 외식 브랜드를 대표하는 독특한 슬로건이나 스토리가 없었다. 광고 전단 메뉴 뒷면에 내 스토리를 적은 것은 물론 메뉴마다 왜 이 메뉴를 만들었는지 스토리를 썼는데, 이게 먹혔다. 신선하게 다가갔는지 응원 전화가 쏟아지며 주문이 폭주했다.” "(스쿨푸드 가로수길 매장은) 떡볶이 같은 걸 파는데 고급스런 도자기에 담고 트렌디한 음악에, 매장 곳곳엔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마돈나 실황 공연 영상을 틀고. 전에 못 보던 이상한 식당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당시 가로수길엔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기획사와 디자인회사가 많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김태희 등 탑 연예인이 기다려서 음식 주문해가는 핫한 식당이 됐다.” “뭘 배운 게 있어야 베끼기라도 하는데 아예 본 게 없으니 완전히 새롭게 할 수 있었다. 당시 스쿨푸드 매장 건물주가 건너편에서 카페를 했다. 거기에 건물주가 앉아있길래 손님인 척하고 ‘저 앞 스쿨푸드 장사 잘되느냐’고 물었다. 그 건물주 왈, ‘영국 유학 갔다 온 있는 집 애들 셋이 아주 새롭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서 잘 된다’더라. 엉터리 답변이었지만 기분 좋았다. 실제로 금강기획 같은 유명 광고기획사에서 마케팅 강의해달라는 요청이 오고 대기업 임원들이 줄줄이 만나서 ‘어떻게 이런 전략을 생각했느냐’고 물었다. 전략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하고 싶은 것 했을 뿐인데.” 부모 이혼 후 고아처럼 방치되어 15세에 이태원 밤무대에서 춤꾼 생활. 가수 꿈이 좌절된 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분식집 스쿨푸드를 시작. 스쿨푸드 창업자 이상윤 CVO(최고비전책임자)의 인생 스토리를 읽으면서 '삶의 모든 점은 연결된다'고 했던 스티브 잡스, 클럽 죽돌이었던 알렉스 콜더우드가 뭣도 모르고 시작한 '에이스호텔'을 떠올렸다. 세사람 모두 세상 탓을 하지 않고 낙천성과 호기심으로 성공 사다리에 오른 인물.
2020년 11월 27일 오전 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