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치기



퉁쳐서 계산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확하게 하나하나 따져보고 계산해야 합니다. 제 나쁜 습관 중 하나는 대충 어림잡아 예상하고 일을 하는 것입니다. 까짓것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정보로 좋아 보이면 선택하고, 괜찮아 보이면 덥석 무는 낚기 쉬운 물고기인 편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꼼꼼하게 따져 보았더라면 좋았을걸,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물건을 살 때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사고 싶다는 충동이 들면, 인터넷을 검색합니다. 그러다가 번쩍번쩍 빛나는 광고에 현혹되어 특정 상품에 퐁당 빠져듭니다. 한 번 빠지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여간 더 반짝거리는 다른 상품을 만나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처음에 빠졌던 상품으로 구매했습니다. 


문제는 알고 보니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이 존재했던 사실입니다. 더 가볍고 더 잘나가고 가격도 저렴한 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사기라도 당한 듯 망연자실해집니다. 그리곤 새로 산 자전거에게 마음속으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아마도 저에게 사기를 치지 않았습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 것입니다.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그냥 좋아 보이는 몇 가지 정보만 가지고 홀랑 구매한 것입니다. 


물론 그런 선택 중에 계속 좋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확률적으로 좋지 못했던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후회하고 매번 다짐합니다. 앞으로 결정을 하기 전에 꼼꼼하게 따져보리라, 신중하게 선택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망각의 동물인 저는 오늘도 까먹고 쉽게 판단하고 쉽게 결정합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심플,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단순 무식한 사람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퉁쳐서 계산하고 판단하는 걸까요? 자문자답해 보면, 모든 것이 귀찮은 것입니다. 하나하나 탐색하는 것도 귀찮고 비교하여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것도 귀찮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도 귀찮아하는 것입니다. 만사가 귀찮으니 그저 대충 얼추 괜찮아 보이면 모든 것이 다 좋다고 자기 암시를 걸어 의사결정이라는 선택을 내립니다. 그리곤 빠르게 잘 결정하여 좋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제가 매일 겪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퉁쳐서 보지 말고, 하나하나 계산해 보면 좋겠습니다. 선택해야 하는 조건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읽어보고 생각해 보세요. 더 나은 옵션은 없는지 찾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고 열심히 탐색해 보세요. 과정을 기록하여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그렇게 신중한 생각이 무르익었을 때 의사결정하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 비슷하게 생겨 보이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단한 특징을 갖기 어려운 공산품이 그렇습니다. 손톱깎이가 그놈이 그놈 같고, 머리빗도 그 녀석이 그 녀석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차이가 있습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는 칭찬을 받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그게 아주 작은 차이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아니면 반대로 모조품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대충 만든 것도 얼핏 보기에 장인이 만든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순간에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문화, 복지, 일을 하는 방식 등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입니다. 대충 좋아 보여서 입사하면 100% 반품 또는 중고거래하게 되어 있습니다. 1년도 안 돼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입사를 선택하는 과정이 신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인재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격, 역량, 경험, 관심 등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합니다.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브랜드 인지도 높은 회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좋아 보여서 덥석 채용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58000%입니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맞는 인재를 고려하지 않고 보이는 것으로 대충 판단하면 안 됩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 몸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손과 발, 얼굴, 몸과 같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장기를 사진 찍고 두드려보는 이유는 꼼꼼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신사진을 한 번에 찍어서 건강한지 판단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뇌 따라 폐 따로 콩팥 따로 하나하나 살펴봐야 비로소 건강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귀찮음을 극복하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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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31일 오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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