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한다고 하면 다들 크리에이터, 카피라이터, 또는 감독이냐고 묻는다. 그도 그럴게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광고계 유명인들은 디렉터나 카피가 많기 때문이다. 나만해도 유명한 광고AE가 있나?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광고AE의 역할이나 직무는 뚜렷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다.
AE로 3년차가 넘었지만 아직도 AE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종합대행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업무의 경계가 없다. 광고 기획부터, 마케팅 전략, 인플루언서 컨택 등 회사 규모에 따라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벤트 경품으로 나갈 키링 100개를 포장하기도 하고, 오프라인 팝업에서 인형탈을 쓰고 고객을 모객하기도 한다. 광고 촬영날에 모델이 신을 스타킹을 사러 촬영장 근처 편의점을 연신 돌아다닌 적도 있다.
그럴 때 마다 AE들은 서로 입을 모아 이런 말을 한다. AE의 약자는 사실 Account Executive가 아니라 아(A) 이(E)런 일도 하나요? 라고 웃기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은 농담을 한다. 광고주에게 최최최종을 넘어 찐최최최종 제안서를 쓸 때면 이 세상에 AE만큼이나 강도 높으면서 주목 받지 못하는 직업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하소연도 4년 가까이 하고 있는 이유는 광고AE 일이 좋기 때문이다. 제안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가며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토해내고 (진짜 토해내야한다) 완성해 가는 과정이 멋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로 사업을 수주하고, 우리가 낸 아이디어로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이걸 기반으로 광고 소재를 만들 때면 나름 영화 한 편을 개봉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AE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제작물이 좋고, 아이디어가 기발해도 광고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리송한 광고주의 마음을 잘 읽고, 또 잘 설득해서 기획자의 방향으로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참 멋있다. 광고주와 제작으로 갈등이 있을 때도 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조율하는 사람이 AE다.
광고AE가 뭐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이제 프로젝트를 이끌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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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5일 오후 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