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0년경 네이버에서의 일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무렵이다. 아이폰이 먼저 나왔다. 이어서 다양한 안드로이드 폰이 나오며 시장 점유율이 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폰을 쓰기 시작했다. 시장이 열리니 그에 맞는 모바일 전략과 서비스가 필요했다. 하지만 앱도 몇 개 없었고,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었다.
2. 대부분의 네이버 직원들은 아이폰을 쓰고 있었다. 즉 아이폰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어야 했다. 못할 건 없다. 하지만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었을까. 플랫폼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디테일이 부족하거나 사용성은 떨어진다.
3. 네이버는 어떻게 했을까? 전 직원에게 기기변경 지원비를 지급했다.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로 갈아타면 수십만 원의 지원금을 줬다.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었다. 주는 복지를 마다할 직원이 있을까. 덕분에 많은 이들이 안드로이드로 갈아탔고, 나도 안드를 직접 써보며 플랫폼 자유도의 차이와 알림과 위젯을 경험했다.
4. 만약 이런 이벤트가 없었다면? 안드로이드를 직접 써보지 않고, 그저 상상의 경험으로 만들었다면?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거다. 특히나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던 시절이니 대가를 분명히 치렀을 거다.
5. 생각해 본다. 지금 제품을 그저 찍어내듯 계속 만들기만 하고 있지는 않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써 제품만 만들고 있진 않나. 공급자의 마인드로 그저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닌가. 결국 만드는 일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나.
6. 셰프가 만드는 모든 음식의 첫 번째 손님은 셰프 자신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드는 제품의 첫 번째 고객은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손님에게 내는 셰프는 없다. 제품을 만들 때도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7. 내가 만든 제품을 안 써보면 반드시 망한다. 일을 잘 되게 만드는 건 어렵다. 하지만, 망치는 건 쉽다. 망치는 일만 피해도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만들면 써봐야 한다. 이 쉽고 단순한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반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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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4일 오후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