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퇴근길마다 아파트 입구에 작은 트럭이 있다. 순대 트럭이다. 개조한 작은 푸드 트럭에 작은 가마솥이 있다. 사장님이 순대를 서걱서걱 썰어준다.모락모락 연기에,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출출한 퇴근길 지나는 이들 모두의 눈길을 끈다.

​2. 그 평범한 트럭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트럭 안 사장님 자리 뒤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문구 때문이다. '월'요일마다 옵니다.

​3. 그 약속을 지키는 길이 늘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날은 순대를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지만, 또 어떤 날은 텅 빈 채 사장님 홀로 자리를 지킨다. 어떤 날은 너무 더워서 순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또 비가 오는 어떤 날은 우산을 들고 멈춰 설 엄두도 안 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대 트럭은 매주 월요일마다 그 자리에 있다. 월요일마다 온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순대 트럭은 아마 요일마다 다른 장소에 매번 있을 거다.

​5. 자기가 한 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신뢰라 부른다. 쌓기는 지독히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기에,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비싼 자산이다.

​6. 순대 트럭은 월요일마다 그 신뢰를 묵묵히 쌓아 올린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 나의 말과 행동은 신뢰라는 자산을 쌓아 올렸을까, 아니면 까먹었을까. 화려한 다짐보다 묵묵히 증명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약속의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