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은 남자 셋이 모여 식사와 차를 마시며 수다를 나눴습니다. 특별한 주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번 여름 해외 봉사 활동을 함께 떠나는 멤버 중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셋의 만남이었습니다. 미쉐린가이드에 소개된 ‘광화문국밥’에서 돼지국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일정이었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참 알차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만난 세 사람의 이력은 제법 다채로웠습니다. 한 분은 대기업에서 22년을 근무하며 다양한 보직을 경험한 형님이었고, 또 한 분은 산전수전 다 겪은 변호사였으며, 마지막은 이 바닥 저 바닥을 구르며 살아온 저였습니다. 형님이 가장 연장자였고, 그 다음이 저, 막내는 변호사 동생. 하지만 나이 차이는 고작 1~2년 남짓. 그냥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이라 해도 무방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자녀가 있었고, 자녀들의 연령대도 비슷했습니다. 형님은 세 자녀, 변호사 동생과 저는 각각 두 자녀를 둔 아빠였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저를 제외한 두 분 모두 사춘기 딸을 둔 아빠로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죠. 아직 일곱 살인 제 딸도 언젠가 같은 시기를 겪을 텐데, 두 분의 경험담이 제게는 생생한 예습이자 진지한 경청의 대상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아내를 잘 만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아내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안정적인 삶은 없었을 것이라는 고백과 함께, 모두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 감사함 안에도 조금 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양보와 조율의 연속 속에서,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를 꿈꾸는 아주 인간적인 바람이었죠.
직업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대단해 보이는 직업들도,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고충과 사연이 넘쳐납니다. 대기업 22년 차 형님은 당돌한 신입사원의 태도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합니다. 동료에 대한 존중 없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죠.
변호사 동생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상소리를 듣고 멱살까지 잡힌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멋지고 여유로운 변호사의 삶과는 거리가 먼, 치열하고 험난한 현실이었습니다. 가정을 돌보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사는 고백이 담담하면서도 먹먹했습니다.
저 역시 커리어 초기에는 무난한 직장 생활을 했지만, 변화를 꿈꾸며 이직을 반복하며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조직과 사람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깨달음은, 이 세상에 완벽한 조직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기대했던 이상적인 조직은 결국 불완전한 사람들의 집합체일 뿐, 처음엔 좋아 보였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갈등의 여지가 생기곤 했습니다.
아마도 직장에서 완벽한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은 목표일지도 모릅니다. 각기 다른 가치관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조직을 이룬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가까이서 보면 각자의 고민과 고통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대단한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인생은 결국 다 비슷비슷한 고민과 성장의 반복일 뿐입니다.
서로 비교하지 않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더 풍요롭고 따뜻한 인생을 만드는 지혜가 아닐까요?
오늘도 우리 모두,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고, 넉넉한 마음으로 축복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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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4일 오후 10:42
잘 읽었습니다. 이상을 꿈꾸는 삶은 폭풍 속 항해와 같아서 수 많은 고민 속에 바른 길을 찾는 거죠. 좋은 하루 되세요!
많이 공감되고 위로가 되네요.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GPT-5가 출시되면서 Function Calling에 Free-Form Function Calling과 Context-Free Grammar (CFG)를 지원하는데, 이게 숨은 보석이다.
Free-Form은 결과를 JSON이 아니라 SQL, Python script 등의 코드등을 결과로 받거나 XML, CSV 같은 형태로도 받을 수 있다. 다만 plain-text로 주는 형태라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건 예전에도 프롬프트 트릭으로 쓰곤했던거라 그냥 맘이 좀 편해졌다(?)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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