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AI의 변화에 맞춰 잘 변화할 수 있을까.

한달 전 쯤? 유튜브에서 보기 쉬운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의 영상이 알고리즘에 걸렸었다.

영상 자체는 그냥 어떤 한 개발자의 일상과 짧은 인터뷰였지만, 내용에 짤막하게 지나간 개발자 취업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거기에 결부된 AI 이야기가 댓글창을 난리통으로 만들었는데,

요약하면, 개발자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단순히 코드를 치는 직업이 아니기에 AI가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라는 인터뷰 내용에 주로 반박하는 댓글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이에 대한 당시 인터뷰이의 보다 상세한 글*이 있어 읽어보았는데,

*https://mjspring.medium.com/180%EB%A7%8C-%EC%9C%A0%ED%8A%9C%EB%B2%84-%EC%98%81%EC%83%81-%EC%B6%9C%EC%97%B0%EA%B3%BC-ai-%EB%82%9C%EC%83%81-%ED%86%A0%EB%A1%A0-ac4543a14800

글에 대한 감상은, 그렇게 생각한 인사이트나 동기에 대해 이해가 가고 그와 동시에, 변하는 시대에 맞춰 롤의 변화나 확장을 가져가며 여전히 작업할 수 있길 바란다는 희망 사항에 끄덕끄덕했다. 우선은. 

다만, 글의 내용 중 인공지능의 변화로 인해 사람도 변화할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생각이 명쾌하지 않았다. 사람의 변화가 인공지능의 변화에 대비했을 때 유의미할 지 모호했다.

과거에 봤던 영상의 하나가 기억났는데, 어느 교수의 강의였다. 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 지수와 직업 선택의 결과에는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지능 지수가 130 이상인 사람들은 대체로 관리자나 해당 분야에서의 BM을 만드는 직업을 갖는다. C레벨, 공공 서비스나 사회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100~120은 전문직인 의료, 회계, 금융, 건축등에 종사한다. 100을 전후로는 반복적인 업무의 사무직 또는 생산직, 그 이하는 계약직. 한국으로 치면 비정규직에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사람에겐 저마다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모든 이슈의 요점은 속도 차이라 보인다. 사람은 현재 스탠스에서 방향을 전환하거나 롤을 확장하는 식의 변화를 주면 기복이 생기고 전문성을 갖추는 데 까지 시간이 걸린다. 쉽게 말하면 러닝 커브가 있다.

글의 화자는 AI로 인한 업무의 확장에도 주목했는데, 그럼 AI로 인해서 새로 생겨난 일이 뭐가 있을까... 언어 모델이 도입된 영역에서의 트러블 슈팅? 지금은 사람이 하지만 이것도 내재화하면 - 복수의 언어 모델 간의 협의체로 풀어가면 - 검증의 발전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상승하면서 사람이 필요 없거나 TO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확장이라는 면에서 인공지능은 마치 게임기에 팩을 꽂거나 플랫폼에서 다운로드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빠르고 매우 쉽게 목적을 달성한다. 인간이 현재까지 달성한 데이터 저장, 처리 능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이미 언어 모델은 무척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GPT가 나온 지 만 4년이 안되었을 때 개인화된 소형 언어 모델이 제시됐고 현재는 협의체 구성이 가능한 AI agent 개념이 등장했다. LLM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널리 퍼진 것도 불과 1, 2년 사이의 일이다. 

물론 이 속도가 개발자를 박살내는 건 아닐 수 있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을 선보인 바둑을 보면 여전히 인간 기사와 그들 간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걸 받치고 있는 시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장을 유지시키고 있는 소비층은 인공지능과도 대국을 두고 있다. 묘한 형태다.

프로그래밍의 세계가 이와 같을 수도 있을 것이다. AI가 개입하거나 혹은 도맡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 사람과 페어링할 수도, 서로 격리될 수 있을테다. 코드를 치는 사람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사고하고 설계하는 사람은 오히려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

여기까지 길게 뻗은 이야기가 가리키는 공통의 포인트는, 넓어지는 저변에서 전문성을 갖추어 페이를 받으며 일할 사람의 수가 많아질 지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가... 하는 것이다.

사고 실험은 관두고 현실을 돌아보면,

바다 건너에서는 AI로 인력을 대체하겠다는, 혹은 대체하는 대량 해고와 감원이 일어나고, 그 너울이 아직 도착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도 같은 코멘트를 하는 대기업이 있고 또 취업이 유례없이 갑갑하게 막힌 것이 한 켠의 사실이다. 물론 취업이 AI 때문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진 않지만 취업 시장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가리키는 방향에 AI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반대 방향으로 잠시 생각을 밀어보면, 해고를 위해서 AI를 핑계삼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부분에서 AI가 개발 인력을 대체했는지 상세한 내용은 없다. 어떤 부분을 맡겼다, 어디에 도입을 했다고는 하는데, 그게 정말 생산성을 가진 투입이고, 지속 가능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드러난 게 없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가 github의 운영 코드를 AI가 리팩토링하도록 했는데 그 중 30%를 상용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LLM 몇 개가 2달간 작업에 소요되었다. 이것으로 github은 운영에서 경력 4년 이하의 개발자 50명을 대체했다...와 같은 이야기말이다. 키오스크의 등장으로 매장의 카운터 직원이 줄어든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이 고용을 줄인다는 인과관계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식이 아닐까...

요즘 AI를 다루는 도메인을 작업하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기획의 기능정의서를 보며 느끼는 바는 AI는 분명 사람 수십, 수백명의 수십, 수백시간을 소모할 일을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모든 처리의 트리거는 사람의 오더라는 것이다.

집행은 대리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을 집행할 지 그 선택과 방향은 사람이 정하는 게 인공지능의 본질이 아닐까. 프롬프트 없는 엔지니어링, 목적 없는 언어 모델의 실행이 있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알아서" 일을 찾지 못하고, 사람은 목적 없이 인공지능을 굴리지 않는다.

이 생각의 끝을 내보면,

인공지능의 도래에 개발자들이 변화해야 할 당위성은 분명히 있다. 취업 시장에서 경력자가 신입보다 우선되는 경향은 가성비보다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기업들의 전반적인 성향이 원인일텐데 이제는 바이브 코딩이니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니 하는 레벨에서 서비스를 만들어 내며 경력자들보다도 생산성이 높고 가성비도 좋은 인공지능에 기업들이 끌리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이러니 그 생산성 있는 도구를 개발자들 각자가 먼저 취하고 구조적인 장점 - 오더를 내리는 위치 - 을 내세워 인공지능의 생산성과 경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변화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우리가 불안해 하는 미래처럼 노력의 도중에 하차당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사회 모델을 고민하는 연구자나 현실에서 그런 사회를 실현해야 할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면,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시간을 가지고 성장해야 하는 인간의 현실을 위해, 그리고 오더를 내릴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AI가 어떤 형태로 인간 사회에 자리잡아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할 것 같다.

그 자리에 있지 않은 한 명의 개인으로서의 결론도, 사회가 사람에게 변화할 시간을 주고 그럴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할로시에이션을 줄이기 위해 모델의 구조를 손보고 학습 패턴을 바꾸면서 또 성장하듯이 사람도 러닝커브를 통과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180만 유튜버 영상 출연과, AI 난상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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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4일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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