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보다 중요한 것

우연히 유튜브에서 "신입 개발자 취준생이라면 고개를 들어 이 영상을 보라 | 공무원 포기하고 개발자 됐어요"라는 영상을 발견했다. 최근 취업을 준비하며 어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 궁금한 마음에 봤다. 영상 속 인터뷰 내용이 내가 평소 생각하던 태도와 닮아 있어 많이 공감되었다.

나는 첫 회사가 커리어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어떤 회사를 가든 내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성장하는가다.

물론 첫 회사의 이름값이나 보상, 복지, 산업 성장성 같은 외부 조건이 초기 커리어에 주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영향은 의외로 오래가지 않는다. 한두 해만 지나면, 사람들은 내가 어떤 회사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보게 된다.

여기서 차이를 만드는 건 주도성이다.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사람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전혀 다른 커리어 곡선을 그린다. 회사의 문화가 이를 뒷받침한다면, 성장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좋은 피드백 문화,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 협력적인 동료는 한 사람의 잠재력을 단숨에 끌어올린다.

하지만 그런 환경이 아니라면? 방법은 여전히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 활동, 오픈소스 기여를 통해서다. 회사가 성장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회사 밖에서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역량과 네트워크는 결국 내 커리어의 자산이 된다.

결국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이 완벽하길 바라다 보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 반대로, 현재의 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 기여할 수 있는 것,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커리어는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만든다.

영상 속 인터뷰 주인공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첫 직장에서 다소 레거시한 기술 스택을 마주하며 고민이 많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았다. 자신이 공부해온 최신 기술 트렌드를 회사에 제안했고, 이를 직접 구현해냈다. 결과적으로 그는 회사의 기술 문화와 방향성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력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이었지만, 끊임없는 학습 의지, 실현 가능한 제안, 그리고 가시적인 성과는 회사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었고, 신입 채용 면접관이라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더 인상 깊었던 점은, 그는 회사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개인 성장을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했다는 것이다. 즉, 환경 탓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성장을 위한 행동을 끊임없이 이어갔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성과 뒤에는 개방적인 회사 문화도 있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시도할 기회를 주는 환경이 있었기에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환경조차도, 그가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면 무의미했을 것이다.

결국 커리어는 회사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고, 내가 책임진다. 회사는 그 여정에서 잠시 함께 가는 동반자일 뿐이다.


https://youtu.be/WGeVbWnFeF4?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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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5일 오전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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