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합니다. 모든 만남에는 언젠가 헤어짐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반갑게 만났다면, 헤어짐 또한 기분 좋게 마무리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헤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든 마무리는 아름답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비록 헤어지는 이유가 아쉬움이라 할지라도, 작별의 순간까지 그 아쉬움으로 얼룩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기분 좋게 마무리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직하고 솔직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이다"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정직하고 솔직하게만 표현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요?
언젠가 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하루에 수십 번의 거짓말을 한대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남을 속이려는 악의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으려는 배려심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정직하고 솔직한 표현이 항상 건강한 의사소통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면접 코칭을 하다 보면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먼저 솔직한 심정에 대해 물어봅니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답변한다면 어떤 생각과 마음인지 들어보고, 제3자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물론 제 피드백이 정답은 아닙니다. 이야기는 듣는 사람마다 해석하는 수준과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용을 듣고 조직에서 근무하는 보편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채용에 치명적인 요소는 아닌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답변 내용을 조금 가공할 것을 권합니다. 거짓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생략하거나 표현을 완화하자는 의도입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해도 듣는 사람의 기분을 배려하는 말이 있고, 심기를 거스르는 표현이 있습니다.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은 대부분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전달되는 메시지입니다. 또는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본론만 간단히 이야기하는 경우, 듣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시종일관 자신만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가급적 피합니다. 일이 진행되는 효율성보다 사람 간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이 조금 덜 완벽하고 허술하더라도, 날카롭게 소통하여 날선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는 부드럽게 소통하여 편안한 관계를 맺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무엇이 더 좋고 더 옳은지 시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왕 사람 사는 사이라면 부드러운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묻고 싶을 뿐입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계절적 요인도 작용하는 듯합니다.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이유부터 "이럴 거면 차라리 밖에서 혼자 일해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의견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각양각색입니다.
사실 저 또한 가슴 한켠에 사표를 숨기고 다니며 삽니다. 아마 대한민국에는 마음속으로 사표 여러 장을 품고 회사를 다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현실보다 회사 밖의 막막한 미래가 더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날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는 조용히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날 좋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지만, 기분 좋고 감사했던 기억도 제법 많았을 것입니다. 기분 좋게 출근했던 첫날, 처음 미션을 완수했던 순간, 동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던 기억 등 생각해보면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비록 퇴사가 조직에 대한 아쉬움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떠나는 순간까지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은 묻어두고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며 떠나는 것이 더 건강한 이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별 노래 가사에는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만났던 사람을 떠나는 입장에서 상대방에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 더 잔인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름 돋지만 "다 너를 위한 거야"라고 변명하며 떠나는 것이 듣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덜 서운하지 않을까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지원한 회사에서 불합격을 통보할 때 합격할 수 없는 이유를 사실 그대로 알리는 것이 꼭 좋은 메시지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별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8월 22일 오후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