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리어는 자기 관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민음사 조아란 부장의 커리어

1. “원래 디자이너가 되려고 입시 미술을 준비하다 그만뒀어요. 수능 점수 맞춰 대학에 갔고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거창한 뜻은 없었고요. 아무 곳에나 잘 적응하는 성격이라 영문학 공부도 재밌었어요. 학회나 학생회 활동은 열심히 했는데, 막상 취업 준비는 별로 안 했고요. 지금 생각하면 좀 대책 없었죠”

2. “일단 졸업부터 하고, 회사를 알아봤어요. 대기업도 당연히 기웃거렸고요. 그런데 여러 직무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신이 안 생겼어요. 준비도 부족했고. '이게 맞나?' 싶은 막연함이 들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 게 떠올랐어요. ‘취업 준비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만 알아도 절반은 준비된 것’이라고요”

3. “(그래서) 진지하게 저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뭘 좋아하나 곱씹어 보니 도서관에 있는 걸 좋아했더라고요. 책은 삶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잖아요. 물리학, 생물학, 우주, 소설, 심리, 그런 점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책 내용보다 하나의 상품으로 접근해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출판사에 지원했어요”

4. “(근데) 본능적인 직감으로 알았어요. 나는 편집자는 못 한다고 ㅎㅎ 꼼꼼하거나 깊이 파고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책을 직접 만드는 건 어렵겠다 싶었죠. 그래서 영업부로 입사했어요”

5. “처음 배운 영업일도 재밌었어요. 오프라인 서점 가서 수금하고, 책 신간 나오면 서점 좋은 자리에 배치하는 게 주 업무였는데요. 온라인 서점이 늘어나면서 프로모션, 매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왔어요. 아무도 안 해본 일이라, 팀 막내인 제가 맡게 됐죠”

6. “돌이켜보니 커리어 초반부터 기회가 많았더라고요. (디지털은 선배들이 잘 모르니) 혼자 기획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일이 생기면 '기회다, 이건 잡아야 된다'라는 광기 어린 모드로 계속 일을 해나갔어요”

7. “(신입 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많으면) "이 회사는 체계가 없다", "매뉴얼이 부족하네" 이런 말 많이 하죠. 저도 신입 때 그런 불평을 했고요. 그런데 한편 이런 마음도 들었어요. 이건 가이드도 없고, 선배들도 못하니까, 나만 할 수 있겠네. 나 아니면 못 하겠다고요 ㅎㅎ (그러다 보니 민음사TV 유튜브도 만들게 됐고요)”

8. “민음사TV 유튜브가 반응 좋았을 때 주위에서 “보너스 챙겨야지”라고 했는데요. 오히려 그게 더 부담스러웠어요. 보너스 받으면 제 의지와 상관없이 더 잘해야만 할 것 같고, 그 성과를 계속 증명해야 할 것 같잖아요? 딱딱하게 성과 재는 구조보다, 자율적으로 흘러가는 일이 (저에겐) 더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알아서 챙겨주시면 좋고 ㅎㅎ”

9. “(사실 민음사TV는) 반은 의무, 반은 자율적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대표님께서 1년 가까이 모든 팀에 유튜브, 팟캐스트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이야기하고 다니셨어요. 그래서 무시 아닌 무시를 하고 있었는데요 ㅎㅎ 저 스스로를 관찰해 보기 시작했죠”

10. “그때가 2019년이었는데 제가 유튜브에 굉장히 중독돼있는 상태였어요. 원래 여행, 쇼핑 콘텐츠 찾아볼 때 블로그를 검색하잖아요. 어느 순간 유튜브 영상부터 찾고 있더라고요. 잠 못 자고 눈 시린데 계속 보고”

11.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마케터로 계속 일 할 거면, 망하더라도 유튜브를 해봐야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본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요. 다행히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어요. (물론) 책을 직접적으로 내세우는 건 조회 수가 안 나왔고요. 막내 마케터들이 입사할 때 받은 질문처럼 실용적인 영상 반응이 좋았죠.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을 조명하는 방향으로 가게 됐고요”

12. “(다만, 아무리 민음사TV가 잘 되어도 결국은) 유튜브는 제가 하는 여러 가지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마케터로 쭉 일해오다가 유튜브를 나중에 시작한 게 제게는 더 안정적인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순서가 거꾸로였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13. “(마케터로서) 일을 오래 안 했는데 갑자기 유튜브로 너무 유명해지고, 인기가 많아졌다? (그랬으면) 불안했을 것 같아요. 내가 마케터인가, 유튜버인가 혼란스러웠을 것 같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밖에서는 유튜브를 하는 저를 훨씬 크게 봐주니까,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에 나오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큰일이라기 보다 아쉽지만 다른 할 일이 더 많으니까, 그 일을 하자고 생각할 것 같아요”

14. “일할 때 의미를 찾아야 움직이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행동 하나, 하나에 깊이 생각하고 의미 부여하는 게 어려워요. 일은 일이고 그냥 해요. 재밌으면 하고요. 그게 전부입니다 ㅎㅎ”

15. “책은 읽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더 좋아질 거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상품입니다. 사면서 죄책감도 적고요. 그게 일할 때 가장 큰 기쁨이고요. 슬픈 건 좋은데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죠. 참 좋은데 설명할 길이 없네 ㅎㅎ”

- 민음사 조아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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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7일 오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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