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족구를 했습니다. 지난 봄 산불 피해를 입은 안동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낮에는 음식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일을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오후 11시부터 심야 운동을 하자며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운동은 자정을 넘겨 새벽 1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늦은 시간에 시작해서 하루를 넘긴 경기였습니다.
족구는 축구처럼 발로 하는 스포츠입니다. 배구와 같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보내며, 상대 팀이 공을 받지 못하면 득점하는 게임입니다. 각 진영마다 플레이 존이 있고, 공은 반드시 존 안에 떨어져야 합니다. 자기 진영에서 총 3번까지 공을 터치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넘겨야 합니다. 핵심은 우리 편에서 상대방 진영으로 공을 보낼 때, 상대가 받기 어렵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강력한 스파이크입니다. 공을 세게 때려서 상대방 진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강하고 빠르게 날아가는 공은 쉽게 받아내기 어렵습니다. 간신히 받아낸다 해도 다음 처리가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강력한 스파이크를 위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는 공에 제대로 된 임팩트를 가하기 어렵습니다. 스파이크 기술은 상대방에게 큰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구사하기 매우 어려운 기술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회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공에 회전을 주어 상대방 진영으로 보내면, 공이 땅에 바운드되거나 사람의 몸에 닿았을 때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튀어나갑니다. 공의 회전 방향에 따라 정면으로 더 빠르게 진행되거나, 좌우로 급격히 방향을 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스포츠의 가장 기술적인 묘미입니다. 강하게 때릴 필요 없이 공에 회전만 가하면 되기 때문에 얼핏 평범한 기술로 보이지만, 스파이크만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당연히 구사하기 위해서는 스파이크만큼 높은 수준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것입니다. 상대방 코트에서 가장 받기 까다로운 코스로 공을 전달하는 전략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은 공간을 피해 빈틈을 노리는 것입니다. 절묘한 코스로 날아간 공은 순발력에 따라 받아낼 수도 있지만, 공이 사람보다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플레이하는 동안 좌우, 앞뒤를 예측하기 어렵도록 공을 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살짝 네트를 넘겨 상대방 코트 앞쪽에 떨어뜨리거나, 코트 라인 가장 깊숙한 곳으로 공을 보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족구를 하다 보면 결국 이기는 팀은 수비를 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편 코트로 넘어온 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받아서 상대방 진영으로 넘길 수 있는지가 승리를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공격해서 득점해야 하는데 수비를 잘해야 이길 수 있다니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공격의 시작이 수비이고, 수비는 기본적으로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수비를 잘하는 팀이 공을 잘 다룬다는 뜻이므로, 공격 또한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을 잘 다룬다는 것은 자신에게 날아온 공을 부드럽게 받아내는 것입니다. 강력한 스파이크, 회전이 걸린 공, 까다로운 방향으로 날아든 공 등 모든 상황에서 우리 편이 처리하기 좋게 공을 받아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런 능력은 타고난 센스도 작용하지만, 얼마나 많이 공을 다뤄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당연하게도 공을 많이 다뤄볼수록 수비를 잘하게 된다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거의 모든 일이 비슷한 이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이 하면 잘할 수 있습니다. 노력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천재는 희박한 확률로 나타나지만, 노력으로 만드는 실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기술은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기본기 없이는 절대 화려한 기술이 나올 수 없습니다. 기본기가 갖춰지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듯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기본기를 갖추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당장 떠오르는 목표가 있다면, 그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열심히 노력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이루지 못할 목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룰 때까지 노력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림의 고수는 하루 종일 싸움만 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조용히 주먹만 단련할 뿐입니다. 때가 되면 진정한 실력은 묵묵히 쌓은 기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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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31일 오후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