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까지 조지는 첫 취업을 하기 전에 몇개 회사에 합격해서 잠깐 다닌적이 있었다.
대게 전 팀장이 퇴사 하고 비는 공백을 메꿔야 하는 급구 공고 같은 거였다.
아마 회사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나같은 사람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합격한듯 싶었다.
그중 한 회사는 7명 남짓에 작은 소규모 게임 회사였다.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도 친절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채용시 과제를 해야 했었지만 대표가 면접에서 마음에 들었는지 면제를 받았다.
첫날 출근해보니 전 팀장이 프로젝트에 묵은 난제가 있다고 했서 잠깐 만졌다.
대표가 뒤에서 지금까지 어떤 개발자도 못해결했던건데 대단하다고 했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방구석에서 그딴거 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라고 무시를 받다가
완숙한 성인 남성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먼가 사회에서 인정 받는거 같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전체 코드를 검토해 보니
설계 자체가 버그추적이 어려운 구조여서 리팩토링도 제안했다.
대표가 얼리 어세스 이후에 작업할 시간을 준다고 했다.
어제 게임회사 대표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는데
유저데이터 분석이 필요할꺼 같다고 파이어베이스를 알아보라고 했었다.
검토해보니 AWS로 수집해서 시각화 하는게 좋겠다고 했더니
전적으로 믿는다고 원하는대로 하시라고 했다.
퇴근도 매일 대표가 직접 집에 까지 데려다 줬다.
새로 팀장이 오면 모셔다주려고 차를 일부로 리스를 했다고 했다.
개발자가 왜 선망의 직업인지 알꺼 같다.
그 다음 해결해야 할 업무는 채용이었다.
이미 전 팀장과 대표가 몇명에 면접을 보고 과제를 내준 상태였다.
확실히 코딩 테스트보다 과제가 더 실력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수 있다.
물론 대규모 조직은 비용때문에 할수 없겠지만 말이다.
실행을 하고 코드도 보았다.
지원자들이 제출한 과제에서 별애별 기상 천외한 버그들이 선보였다.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 하며 깔깔 댔었던거 같다.
대부분 과제는 같은 유튜브를 보고 만들었는지 코드가 비슷했고
같은 유형에 버그들도 있었다.
부트캠프나 학원에서 내세우는 포트폴리오와
개인포트폴리오가 유사하다는 것도 공통된 특징이였다.
배운대로 하는건 의미가 없는데...
출력해 놓은 이력서에 빨간팬으로 X자 표시를 그었다.
옆에서 전 팀장이 뒤늦게 지원한 한분을 추가로 더 보자고
이번엔 내가 주도적으로 한번 맡아 보는게 어떻냐고 했다.
그래서 그분의 면접을 봤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끝나고 확인차 전 팀장에게 의견을 묻자 전 팀장도 이정도면 된다고 했다.
다음 과제 전형으로 넘어가지나 했는데 대표가 이견을 보였다.
자기가 보기에 너무 건방지고 숨쉬듯이 무례해서
면접을 보다가 뛰쳐 나가고 싶었다고 그 친구는 안된다고 했다.
팀작업은 인성과 예의 바른 사람과 해야 한다며
청년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가르쳐 가며 키워나가는거라면서
낙제점을 줬던 친구를 뽑자고 했다.
잘난척을 한다고? 난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글고 보니 지금까지 살면서 누가 잘난척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가 싶었다.
여튼 그저 기술적인 판단 이외에 사람을 보는건 대표가 더 잘할테니
대표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결정이 되니 대표가 직접 합격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는 평소 취업 준비를 하며 마음 고생이 심했었는지
결국 그동안 억눌려 왔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걸 들은 대표는 인자하면서도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순간 머리속에서 갑자기 빨간 경고 신호등이 울리는 것같은 감각을 느꼈다.
도망 쳐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선뜻 바로 행동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뒤 주말 출근을 했었는데 야근까지 하고 가자갈래
여동생이랑 밥먹기로 해서 먼저 가겠다고 했다.
그러니 대표가 업계엔 크런치 모드라는게 있다며 출시 일정을 맞춰야 하니
시간당 20만원씩 줄테니 남아서 하고 가라고 했다.
근데 도망칠 기회만 였보고 있었던 차에 이게 구실이 될꺼라 싶어 뿌리치고 나왔다.
여동생이 밥을 먹으며 자긴 같은 상황이였으면
나중에 먹자고 했을꺼라고 역시 오빤 못말린다고 핀잔을 줬다.
다음날 밤에 몰래 사직서를 두고 나오려는데
대표가 불도 켜지 않은채로 회사에서 홀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부를 5학년의 저력으로 겨우 2점을 맞춘 나로썬 생각치도 못한 성실함이였다.
여담이지만 그땐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대학을 6학년까지 더 다녔다간
니가 의대생이냐며 아버지에게 맞아죽을 판국이였다.
나가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하자고 했다.
사겠다고 해서 늘먹던 필스너 우르켈 맥주를 골랐다.
그리고 판교에 공원을 걸었다.
이제 직원이 아니니 그냥 같은 게임 제작자로써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초기에는 기획이 자주 바꾸니 처음 짠 코드는 버리거나,
시장성이 검증이 되면 그때 리펙토링을 해야 한다는 거라는지,
코드는 마치 한사람이 짠것처럼 되어야 하니 코딩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는 거리든지,
인수 인계를 대비해서 일지를 남겨야 한다든지, 같은
떠나기 전에 이야기 해볼만한 조언을 남겼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벤치에 앉게 됬는데 어느 순간 무릅을 꿇고 가지 마라고 했다.
그 순간 당황한 나는 깜짝 놀라 일어섰다.
대표는 게임을 만들려고 지금까지 억대 빚을 졌고
내가 다닌 다는걸 전제로 계획을 다 짜놯는데
여기서 내가 나가면 자기와 여자친구 인생은 이대로 끝난다고 했다.
그러길래 나말고도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들은 많다고
못 채용할리 없다며 불러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아니 돌아보지 못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듯 싶다.
얼마뒤 공고는 다시 올라왔다.
나중에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회사 홈페이지는 에러가 방치된채로 남아있었고
파산 과정에서 직원들과 아름답게 헤여지지는 못했는지
회사 평점은 5점에서 시작해 1점대로 마무리 지었더라.
잘나갈땐 메이저 언론사들와 인터뷰도 하고 그랬는데
재기했다는 소식은 아직 못들었다.
아마 두번째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테니
대표에겐 다음번은 성공이 보장되어 있겠지만
씁쓸하게도 한국은 실패에 관대한 나라가 아니다.
게임 자체는 평이 좋고 응원하는 팬도 있었지만
치명적인 버그들은 고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팔리다 만거 같았다.
게임에는 마치 잘짜여진 무성영화를 보는듯한 재미가 있었다.
잘만든 작품이였다.
간혹 진행이 안되는거만 빼고 말이다.
서로 좋은 팀이 될수도 있었다.
당시 나는 코딩 특히 예상치 못한 버그를 처리하는 데 굉장히 능했지만
컨텐츠를 채울 능력이 없었고 대표는 그 능력이 있었으니까.
내가 가진 다양한 능력을 끌어낼수 있는 다음 작품도 구상해 뒀다고 했었었다.
그때 그게 잘한게 맞는건가.
머 잘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건 내게 그때 그 대표에 준하는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거다.
억대 빚을 지면서 사업체를 운영할 필요도 없다.
여러번 말아먹어도 다시 만들면 된다.
나는 개발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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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4일 오후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