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관계



사람이 조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입니다. 관계가 틀어졌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무엇보다 큽니다. 아무리 관계 지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조직 생활을 편안하게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일보다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일은 열심히 하면 성과가 따라올 가능성이 높지만, 인간관계는 일방적인 노력에 비례해서 좋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노력하면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어떻게 해도 맞지 않는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묘한 속성입니다.


관계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어렵고 힘든 과제입니다. 상사와 부하, 동료와 동료, 관계의 종류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특히 각자의 고유한 성향이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성격이 원만한 사람, 각진 사람, 독특한 사람 등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만큼, 함께 지내기 쉬운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이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오랜 직장 생활 동안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관계에 어느 정도 내공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관계가 나빠지면 결국 힘든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화가 나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제 방법은 간단합니다.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바보처럼 웃으면 관계가 나빠지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맞서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런 대립도 감당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면 그래도 됩니다. 다만 저에게는 냉전을 견딜 용기와 굳은 의지가 없어서 대립을 피하는 편입니다. 손해를 봐도 그러려니,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어디 쉽게 컨트롤 되나요? 저도 가끔 '욱'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상사가 인정해주지 않거나 오히려 질책할 때는, 참을 '인'자를 떠올리기도 전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계 유형 중에서도 상사와는 특히 어색한 편입니다. 말수가 줄어들고 부드러운 관계가 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상사가 보수적이거나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관계가 어려워질 때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회피입니다.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는 것이죠. 피하고 또 피해서 최소한의 접촉만 어쩔 수 없이 짧게 하고 빠지는 겁니다. 그럼 마찰이 없을까요? 그럴 리가요. 관계에서 신기한 사실은 어렵다고 피할수록 더 깊고 어두운 함정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회피는 순간적으로 편하자고 하는 모면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흔이 넘도록 어려운 관계를 회피로 넘기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계를 피함으로써 불편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그러다 관계가 곪아 터지면 결국 문제가 생깁니다. 직접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저 사람과는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조직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죠.


조직을 떠나서 해결되는 문제라면 100번이라도 이별해도 괜찮습니다. 안타깝게도 관계는 회피하거나 이별한다고 해서 다음에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에도 똑같이 어려운 관계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고, 어디를 가나 자신과 맞지 않는 유형의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회피하고 도망치다 보면 갈 곳은 집 안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도록 설계된 존재입니다. 혼자서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도 외로움이 스며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부대끼며 느끼는 행복도 필요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관계만으로는 살 수 없고, 관계 없이도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오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도해보세요. 그 사람의 마음이 평안하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잘 되어서, 결국 나와의 관계도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싫다고 싸우고, 회피하고, 도망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어려운 관계를 뚫고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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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2일 오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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