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력서




어제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분과 커리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서류 전형 통과율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객관적인 피드백을 드리기 전에, 먼저 취업 준비 과정에서 받는 불합격 통보가 얼마나 마음을 힘들게 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빨리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칭을 시작하기 전에 깜짝 놀랐습니다. 미리 받아본 이력서의 내용이 정말 훌륭했거든요. 컴퓨터공학 전공에 두 번의 게임 개발자 인턴 경험, 개인 프로젝트까지, 그리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도 신입이나 주니어 레벨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채용 전형에서 계속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니, 요즘 취업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스펙과 경험을 가진 인재가 왜 서류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최근 30개 기업에 지원해서 서류 합격률이 약 10%, 즉 3개 기업에서만 합격했다고 하더군요. 수치상으로는 10%가 결코 낮은 확률은 아니지만, 게임 업계로 범위를 좁히면 채용 공고 자체가 적고 앞으로도 무한정 늘어나는 게 아니라서 지원자 입장에서는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상대적으로 지원자가 많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서류 합격을 받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전부 탈락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대기업에서는 서류 전형에서 눈에 띄는 스펙을 중요하게 보는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이력서의 기술 역량을 꼼꼼히 검토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경험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분명 두 번의 인턴과 개인 프로젝트가 괜찮아 보였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걸까요? 두 가지 이유를 추측해봅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큰 회사에서의 인턴 경험이 작은 기업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하는 환경과 여건이 다르면 경험의 온도차도 달라서, 함께 일할 때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큰 회사는 많은 동료와의 협업으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개발한 게임을 실제로 출시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기술로 기능을 구현해본 경험은 정말 훌륭하지만, 구현한 결과물을 대중에게 선보이지 않았다면 그 프로젝트의 의미가 반감됩니다. 개발한 게임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그 피드백을 받아본 경험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거든요. 아쉽게도 이 멘티분은 게임 출시 경험이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단순히 이력서용으로만 느껴졌을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건 바로 지원동기입니다. 이 분은 그동안 지원동기를 작성하지 않고 지원했다고 하더군요. 이것도 서류 합격률이 낮았던 원인 중 하나일 겁니다. 채용 기업은 자신의 회사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 사람을 더 선호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회사에 대한 관심 없이 지원한 사람에게는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죠. 지원동기만큼 회사에 대한 관심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각 회사가 요구하는 채용 조건에 맞춰 이력서를 커스터마이징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같은 게임 개발자 채용이라도 기업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릅니다. 기술, 경험, 가치, 태도 등 각 기업이 강조하는 부분을 채용 공고를 통해 파악할 수 있어요.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을 이력서에 반영해서 어필하는 게 서류 합격 확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채용은 주관적인 판단이라 제 분석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 기업이 어떤 인재를 원할지 상상해보고 준비하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내가 준비한 내용만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구에게나 더 매력적인 메시지가 되니까요.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감의 자세를 가진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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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3일 오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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