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비문증을 겪고 있습니다. 비문증은 눈의 유리체 속 부유물로 인해 시야에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으로, 작은 실오라기가 눈앞을 아른거리는 증상입니다.
생각해보면 눈은 자동차 앞유리와 같아서, 가만히 있든 움직이든 공기 중 물질과 계속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깨끗한 것이 이상하고, 먼지가 묻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앞유리에 먼지나 새똥이 묻으면 계속 눈에 보이듯, 눈에 미세한 부유물이 생기면 시야에 없는 물체가 떠다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비문증은 매우 흔한 증상이며, 건강에 특별한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는 아닙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빠졌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계속 눈앞에 떠다니는 현상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나 봅니다. 아빠도, 엄마도 가끔 그런다고 했지만 아들은 여전히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지난주 평일과 주말, 두 번에 걸쳐 안과를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 의사는 비문증이 맞으며, 안타깝게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망연자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치 세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울었습니다.
아들이 조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째 의사 덕분이었습니다. 첫 번째 의사와 달리, 두 번째 의사는 상냥하게 증상을 설명하며 별일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본인도 비문증을 겪고 있으며, 눈앞 이물질이 보이기도 했다가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사람의 뇌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물질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차단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시종일관 무언가 떠다니는 것을 보지 않고,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어린 시절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벽지 문양을 한참 바라보다가 허공을 응시하면 그 문양이 계속 눈에 보이는 현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비문증이었습니다. 지금도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눈앞에 보이던 것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의식하는 순간 바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뇌는 비문증을 잊게도 만들지만, 반대로 기억하게도 만듭니다. 보고자 하면 보이고,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힘든 일은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욱 힘들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내면 힘든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꼴보기 싫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밉지 않지만, 밉다고 생각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미움이 쏟아집니다.
어쩌면 평온, 감사, 만족 등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은 스스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불평, 불만, 심란한 감정은 그와 관련된 생각을 떠올릴 때 생기는 느낌입니다. 부정적인 인식을 하면 불만을 갖게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갖는다면 평화가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비관하며 낙담하고 불평하면 깊고 어두운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며,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보세요. 다양한 활동과 만남을 통해 활력을 얻고, 그 기운으로 힘을 내어 다시 취업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게 말처럼 쉽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잘 압니다. 취업이 안 되고 있는데 팔자 좋게 무엇을 즐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취업만 생각하고 취업만 준비한다고 해서 취업이 빠르게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먹고 다양한 관심사를 바라보고 체험한다면 배우고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아지고, 거기서 새로운 기회나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철저히 보고자 하는 만큼 보며 삽니다. 넓게 보면 많이 보이고, 좁게 보면 잘 안 보이거나 늘 보던 것만 보게 됩니다. 생각의 관점을 바꾸면 평소에 보지 못하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음의 관점을 바꾸면 자신을 옭아매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과 시선을 바꾸어 평온하고 자유로우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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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5일 오후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