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의 가을 운동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운동회를 토요일에 진행하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부모들이 함께 참석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운동회는 정규 수업으로 분류되어 빠지면 결석 처리되지만, 대신 월요일은 쉽니다. 토요일 오전 내내 신나게 운동회를 즐기고 월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학교는 발 디딜 틈 없이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운동장이 유난히 작게 느껴졌는데, 실제로도 크지 않아 학년을 분리하여 운동회를 진행했습니다. 1, 2학년은 강당에서, 나머지 학년은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치렀습니다.
운동회는 전문 진행자가 사회를 보았습니다. 사회뿐만 아니라 음향, 장비, 스태프 등 운동회 진행 팀 전체를 외부에서 섭외해 운영했습니다. 학교가 스스로 갖추기 어려운 인프라를 외주를 통해 해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외주 활용이 상당히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내재화할 필요 없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운동회를 진행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운동회는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개인 달리기, 릴레이, 줄다리기 등 이름은 익숙한 종목이지만, 요즘 프로그램은 이전과 많이 다른 방식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청군과 백군으로 팀을 나누어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청군과 백군을 나누는 기준이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반 내에서도 청군과 백군을 나누었습니다. 보통 짝수와 홀수 반을 기준으로 청군과 백군을 나누는데, 아들의 학교에서는 같은 반 내에서 특정 기준에 따라 청군과 백군을 나누었습니다. 반 대항전이 자칫 다른 반과 과도한 경쟁으로 관계가 경직될 우려를 반영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게임이 끝나는가 싶었던 순간, 학부모가 참여하는 릴레이를 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릴레이 선수로 참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느린 달리기 실력 때문에 슬퍼하던 아들이 아빠가 계주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아들의 소원이라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학부모 릴레이는 한 팀에 어머니 10명, 아버지 10명으로 총 20명이 참가했습니다. 저는 아들의 부탁을 잊지 않고 가장 먼저 1번으로 참여를 자청했습니다. 릴레이에 나온 부모님들의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다들 달리기 한 가락 하셨던, 아니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도 육상 선수급 달리기 실력을 갖고 계실 듯한 포스였습니다. 속으로 괜히 한다고 했나 걱정되었지만, 저 또한 평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긴장 때문인지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차분하게 서 있었습니다. 가만히 서서 앞으로 달릴 운동장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 자세를 상상했습니다. 제가 바통을 받을 차례와 달린 후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줄 타이밍을 생각했습니다.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지지 않고, 바통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상상으론 엄청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전에서 정말 빠르게 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달리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고, 전력 질주를 한다는 것이 제법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었습니다. 달린 후 거친 숨이 한참 동안 가라앉지 않았고, 특히 다리 근육은 놀랐는지 여기저기 욱신거렸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니 저도 행복했습니다.
운동회는 승부에 관계없이 모두가 행복한 축제였습니다. 이긴 팀은 이겨서 신났고, 진 팀도 최선을 다해서 즐긴 시간이기에 행복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아쉬운 패배가 쓰라리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한 승부의 결과는 충분히 승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경쟁이 아닌 게임을 통한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습니다. 학창 시절 운동회를 마치고 먹었던 음식이 생각났는데, 그것이 바로 짜장면과 탕수육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아들의 운동회에 참석한 학부모 입장에서, 다음 세대 아이들이 미래에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꿈꾸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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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0일 오후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