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된 카카오톡은 슈퍼앱이 아니라 괴물앱이 되어버렸구만. 우리나라 모바일 트렌드는 수년째 슈퍼앱에 머물러있는데, 산업과 시장 상관없이 대부분 슈퍼앱에 강박증이 걸린 것처럼 한 앱에 마구마구 쑤셔넣고 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행동패턴을 기반으로 관심과 흥미에 맞춰 정교하게 엮은 것도 아니고, 개별 서비스들의 사용성을 제대로 연계시킨 것도 드물고, 파괴적 힘을 가진 주력 서비스를 중심으로 낙수효과를 만들어낸 것도 거의 없다.
이번 새로운 카카오톡은 이런 흐름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서비스야 말로 특히나 시장과 고객 중심의 마켓 인텔리전스와 마켓 인사이트가 가장 중요한데 과연 그런 고민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람 많이 모아놓았으니 일단 넣으면 알아서 많이 쓰겠지 안이하게 생각한 느낌이다. 이렇게 해도 지금까지는 처음에는 반응 안좋아도 꾸역꾸역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도 돈을 벌어왔으니 또 그렇게 한 것 같다. AI로의 전환 시대에 이런 2000년대 전략이 얼마나 먹힐 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차라리 카톡이 올드해지고 사무적 용도가 많아졌다는 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춰서 개편을 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1. 사적 용도와 사무적 용도로 나눠서 메신저 사용이 편리하도록 대대적으로 손을 봤더라면,
2. 수없이 줄줄이 떠있는 대화창을 직접 자주 쓰거나 자주 대화가 올라오거나 혹은 원하는 기준으로 설정해서 대화창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줬으면,
3. 리멤버와 블라인드를 M&A해서 이 둘의 서비스를 사무적 용도의 카톡에 담아 일과 관련해서 대화하거나 글을 올리거나 그 외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4. 각종 메일 서비스를 대화창과 연계해서 대화하듯, 메일 보내듯, 각자의 목적에 맞춰 효율적으로 카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5. 이런 짓 말고 그동안 고객들이 고쳐달라고, 만들어달라고 했었던 기능들만 해줬더라면,
최소한 나는 제공 서비스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썼을 것 같다. 지금 카카오톡은 도대체 나보고 여기서 뭘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새로 추가된 대부분의 창들은 굳이 들어가서 내려볼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업무 활용도가 높은 오픈채팅방이 숏폼 창이랑 함께 들어가있는 건 최악 중 최악이다.
예전에 없앴던 네이트온에 다시 가입했다. 메신저 깔끔하네. 욕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카톡을 다들 쓰겠지만, 프리챌 때도 그랬고 싸이월드 때도 그랬고 다음메일과 다음카페 때도 그랬다. 임계치가 넘어 변곡점을 지나면 급격히 쇄락하는게 이런 서비스들이다. 고객은 호구가 아니거든. 사람들의 이동을 염두해서 미리 대비했다. 잡다한거 없이 기능에만 충실하네 눈이 시원해서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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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6일 오후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