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근무 기간




커리어 여정 중 짧은 재직 경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고 다양해서 그 원인을 모두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직 사유를 안다고 해도 채용 담당자가 결과를 다르게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되긴 어렵습니다. 다만 짧은 재직 기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이유를 불문하고 불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 조직에서 오래 근무한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조직 내에서 역할이 바뀌더라도 한 곳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만으로 채용 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잘 견디고 해결한 경험이 장기 근속자에게 축적되어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직을 하면 새로운 조직 문화, 즉 일하는 방식에 적응해야 합니다. 새로운 업무, 동료, 인프라 등 적응해야 할 요소가 많아 온전히 역량을 발휘하여 성과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응 기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새로운 시도를 할 기회도 생긴다고 봅니다. 한 조직에서 재직 기간이 짧다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성과 창출에 기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결국 적응에 문제가 생겨 조직을 일찍 떠났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력서에 짧은 재직 기간이 여러 번 보일 경우 이직 시 상당히 불리한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도 커리어 여정 동안 적지 않은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6년, 그다음은 4년, 3년, 2년, 1년으로 공교롭게도 이직 주기가 점점 짧아졌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극단적으로 짧은 경험은 아니었기에 다행히 이직 시 재직 기간에 대한 강한 지적은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면접에서 경력을 이야기하다 보면 짧은 재직 기간이 감점 요인이 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직을 잘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참고 1년 이상 근무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이나 아쉬움이 있다면 조직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직을 떠나는 결정을 하기 전에 장기적인 커리어 여정을 조금 더 깊이 고민해보길 권합니다. 이직을 한다면 다음 여정을 위해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지금 타이밍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조금 더 버티고 견디며 배울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역할의 변화가 없다면 어느 조직이든 근무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가 A 회사에서 일한 경험과 B 회사에서 일한 경험은 비슷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도메인, 조직 규모, 비즈니스 모델,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직무 역할이 변화하는 것만큼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 직장과 유사한 도메인, 비슷한 조직 규모라면 이직을 해도 근무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직을 결정하는 요인이 사소한 어려움이 아니길 바랍니다.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이거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내용이라면, 현재 조직에서 조금 더 머물며 재직 기간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커리어 목표에 따라 반드시 경험을 통해 획득해야 하는 역량이 있는 경우에만 조직이나 역할을 바꾸는 결정을 내리길 권합니다. 솔직히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저 역시 사람인지라 작은 어려움에도 넘어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한 조직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문화는 이미 많이 변화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씬에서는 평균 재직 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요즘 인재 프로필을 보면 한 조직에서 1년 미만 근무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보다 가벼운 요인에 의해 이직이 결정되는 시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난 커리어 여정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근무했던 회사를 떠난 것을 지금 약간 후회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던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이었을까 결과론적 회의감이 듭니다. 이후 짧은 재직 기간으로 이력서를 채우는 일도 피곤했다고 회고됩니다. 인생의 후배 여러분,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그 일을 해볼 수 있는 조직을 신중히 찾아서 어렵게 얻은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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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1일 오후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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