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기행 나오려고 아이돌도 줄 선대요... 나 보고 싶어서, 하하!"
Naver
“백반은 밥값이 1만원 이쪽저쪽 아니요? 오늘 아침 무안 읍내 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반찬 25가지가 나오는데 7000원이야. 세상에, 돈 1만원짜리가 이렇게 쓸모가 있는지 몰랐어요. 그리고 얼마나 다행인 게, 곳곳에 숨은 백반집이 기가 막힌 데가 많아요. 심지어 고향 여수에도 ‘이런 식당도 있나’ 하는 곳들이 있습디다. 여수 왔다 갔다 하면서 뻔질나게 맛집을 다녔는데, 이런 집들을 몰랐다니 헛살았다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만화로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듣다가 포기했어요. 다들 ‘마지막 장사’였어요. ‘너무 힘이 든다' ‘몸이 아프다’ ‘물려줄 사람이 없다' 등 어느 하나 가슴 아픈 사연 아닌 곳이 없었고, 펑펑 우는 분도 많았어요. 만화보다 방송용으로 낫겠다 싶었습니다.” “(기억에 남은 출연자는) 혜은이씨. 그렇게 한때를 풍미했던 양반이 ‘무슨 음식을 제일 많이 먹었느냐’고 물으니까 ‘저는요, 차 안에서 김밥만 먹었어요’ 그러는데 그렇게 안돼 보일 수가 없어.” “옛날에 최인호 선생이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독백처럼 쓴 글이 있어요. ‘나는 작가입니다. 작가로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원고를 쓰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절망감은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얼마나 절절해. ‘그렇다, 누가 봐주든 안 봐주든 작가는 계속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뱉어내야 한다’ 싶더군요. 틈나면 메모하면서 어떻게 연재할 것인지 준비는 대충 끝났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음식은 아니고,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 웹툰이나 이런 데서 날리는 작가 따라 하면 노추(老醜)가 돼요, 노추. 절대 따라가면 안 되죠. 젊은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보여줘야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00회. 만화가 허영만 인터뷰.
2021년 5월 10일 오전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