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무슨 MZ세대인가요? 술자리부터 야근, 행사차출, 의전까지 실제 삶은 기성세대와 같은데. 내 정체성은 뭔가 싶어요.” (중견기업 83년생 A과장)
낀 세대.
기업부터 정치권까지 사회의 관심이 온통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쏠린 가운데 소외된 70년대 중후반~80년대 초중반 출생 세대의 왜소한 별칭이다.
40대 초중반인 70년생들은 차장~부장, 직책은 팀장 등 중간관리자급이 많다. 이들의 주된 고민은 ‘리더십을 어떻게 구현하느냐’다. 이들이 봐 온 부장은 휘하에 수십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실무는 하지 않는 관리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팀원 수가 크게 줄었다. 올해부터 팀장직을 맡은 전자기업 김모(43)부장은 “사내 리더십 교육 때 ‘팀장이 다 하면 안 된다, 팀원들이 하도록 독려하라’고 강조하던데, 고작 3명을 주고 아웃풋(성과)을 내라니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80년대생들은 ‘아예 리더의 기회가 없다’고 한숨짓는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차장 1년차 박모(37)씨는 “차장이 되면 좀 더 비중 있는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대리 때 만들던 자료를 지금도 그대로 만들고 있다”며 “밑에 사람을 안 주니 계속 막내로 잡일만 하면서 리더의 경험, 성장의 기회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낀 세대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호소한다.
한 대기업 부장은 “또래끼리 ‘20대가 일자리가 없다면, 40대는 갈 데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며 “회사에선 가정도 있고 나이도 많고 이직이 쉽지 않으니 막 대해도 괜찮은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후배들에겐 ‘똑같은 꼰대’ 취급을 받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의 차장도 “말이 좋아 신·구세대의 가교지, 투자도 안하고 필요할 때 편하게 써먹고 사고가 나면 탓하는 징검다리 취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