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한 번에 6-7개씩 걸려있는 기획자의 고찰]
주중, 주말할 것 없이 밀고 들어오는 일을 쳐내고 있다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회의감이 듦과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자기 효능감 때문에 일을 놓지 못한다...
물론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업무를 세분화하여 전문성 있는 결과물을 산출해야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소위 '린(lean)'한 속성 덕에 경주마처럼 달려온 내가 직접 느낀 '여러 일을 동시에 쳐내는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①기록✍️
>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마 초등학생도 알지 않을까. 하지만 집채만한 일의 파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시간을 투자해 '기록의 발버둥'은 무조건이다. 기록은 생존을 위한 필수행동인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TO DO LIST
출근하자마자 캘린더를 켜서 TODAY'S TO DO LIST를 작성한다. 가능한 한 아주 세세하게 작성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의외로 사소한 전화 한 통, 메일 한 통이 업무의 진행을 가로막고 있던 적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일들은 꼭 상세히 적어보자.
- 회의록
미팅, 회의 때는 무조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여 획득한 녹취를 리뷰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한다. 기획자의 업무 자체가 머릿속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심만 추려 뭉텅이로 대충 정리하기보다는 세세하게 화자들의 의도를 파악하며 회의록을 작성한다. 그리고 화자의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것은 KICK-OFF 전에 무조건 다시 물어 확실히 의도를 파악한다. 이 작업은 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회의 핵심 내용을 잘못 파악하여 나중에 여러분의 기획서를 다시 뒤엎는 것보다는 분명 훨씬 적게 걸린다.
- 실수의 기록
실수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심하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실수한다. 이 때 멘탈을 단단히 붙잡고 포스트잇에 실수한 것을 적고 모니터에 붙여버리자. 사람은 우울에 빠지면 그에 따른 방어 기제로 그것을 망각하려 하기에 실수했던 사건은 은근히 반복하기 쉽다. 하여 우리는 그것을 기록하여 반복적으로 자신에게 인지시켜 실수를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②이슈에 대면하기🤯
>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소심한 성격이라 일을 막 시작했을 때 부정 이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감당해야할 나에 대한 질타가 무서워 안절부절 못했다. 헌데 부정이슈도 상처와 같아서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어 버린다. 결국엔 통째로 도려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점점 문제가 커진다. 나도 몇 번씩이나 호되게 데이고 난 후에야 부정 이슈에 대해서는 책임을 각오를 하고 대면했다. 혼자 낑낑대다가 곪아버린 프로젝트의 상처는 내 경험 상 거진 되돌릴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있어도 시간과 공력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러니 부정 이슈에 대한 혼자만의 고민과 숨김은 전혀 똑똑한 생각이 아니다.
③결정을 연습하기💪
>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서면 순간적으로 결정하고 업무를 밀고 나가야 할 때가 있다.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 자꾸 다른 사람에게 미루게 되면 결국 바보가 된다. 결정도 운동처럼 근육이 있어서 자꾸 넘어져 보고 실패하면서 올바른 결정에 대한 '감'을 익히게 된다. 바르고 빠른 결정이 것만큼 업무의 속도를 올리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빠르게 업무를 쳐내야 한다면 다가올 책임이 두렵더라도 결정해보자.
④FEVER TIME 정하기🔥
> 생각을 구체화해야 하는 직무에 있다보니 온 정신을 몰두하여 생각을 폭발시켜야 할 때가 있다. 어떠한 일이든 몰두가 깨지면 집중을 다시 이어나가기 정말 힘들기 때문에 최소한 기획서를 작성할 때에는 자신을 생각에 가둬두는 피버타임을 따로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그 시간대에는 모든 방해요소들을 차단하고 오로지 '기획을 위한 집중'으로 시간을 채워간다. 팀원과 서로의 FEVER TIME을 공유하여 각자의 방해 요소(업무 전화 등)를 대응해주면 그 시간대의 업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갑자기 주말에 누워있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적어보았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신 여러분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우물 안에 올챙이겠지만 위의 내용들은 분명 어느 정도 효과가 검증된 업무 방법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한 따로 생각나는 일잘 선배님들의 실무 팁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링크는 업무의 폭풍 속에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모든 기획자들을 위한 노래 추천🎵
*이승열 - 날아(미생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