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디자인>
“모든 것이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것과 관련 있다.”
— 디자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 로꾸거
‘어려운 일’에 해결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쉬운 일’에 특화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성공하는가 보면 꼭 어느 한 유형에서만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자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성공하는 조직도 있고 후자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성공하는 조직도 꽤 많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직면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성과로 만드는 사람의 모습이나 문제를 회피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그럴듯한 사유를 동원해 해명하고 수습하는 모습이나 ‘멀리서’ 보면, 또 시간이 지날수록 얼핏 비슷해 보이는 착시가 일어나거든요. (이러나 저러나 승진만 잘 하면 그것도 나름 능력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런 문제해결능력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면 ‘쉬운 일’에 몰두하려는 경향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로꾸거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굳이 리더가 아니어도 누가 진행해도 충분히 처리 가능한 지엽적이고 자잘한 일들이 마치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일인 듯 세상 분주하게 하면서도 정작 리더가 나서야 할 중대하고 핵심적이며 까다로운 일들은 생각할 틈을 만들지 않습니다.
가령 신제품 출시를 위한 패키지 디자인을 개발할 때 전략 목표, 디자인 콘셉트라는 핵심적 맥락에서 해야할 디렉팅은 건너 뛰고 나중에나 디자인 실무자가 최종 데이터 송고시에 검토할 법한 체크사항 수준의 디렉팅을 초반부터 과몰입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의 순서도, R&R도 다 거꾸로 입니다. 당연히 핵심 아이디어와 전략을 짚어내는 일보다 그런 일이 더 쉽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쉬운 일’에만, 즉 중요도/우선순위/난이도가 낮은 일들에 시간과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중요도/우선순위/난이도가 높은 ‘어려운 일’들은 다른 팀원들에게 전가되거나 진행이 매우 지체되거나 방치가 되어 버리며 리더가 거꾸로 일하는 것처럼 실무진에게도 핵심부와 주변부, 본질과 현상의 도치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핵심이 아닌 주변부에 집중하고, 굉장히 바쁜데 본질이 아닌 현상에 치중하므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뭔가는 계속 하는데 뭘하는지 모르고,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로꾸꺼 현상’의 폐해가 무서운 질병처럼 조직 전반에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 내가 뭘하고 있지?
- 나는 누구? 여긴 어디?
- 내가 이러려고 입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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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들의 자괴감 >> 연이은 야근 >> 피로누적 >> 체력저하 >> 진척안됨 >> 맨날혼남 >> 열정잃음 >> 밥맛잃음 >> 일하기싫음 >> 출근싫음 >> 퇴사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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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직에 유난히 퇴사자가 많나요?
다양한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한번쯤 ‘로꾸거 현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