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인 분이 알려준 문제다. 나는 재방문율을 답으로 제출했다. 사실 지금 적을 글은 해당 문제와 크게 관련 없다. 애초에 이 문제가 내 흥미를 끈 까닭은 작성자가 (이미지에는 안 나와있지만) 무엇을 OMTM으로 선택하겠느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OMTM은 'One Metric That Matters', 즉 '가장 중요하게 살펴볼 단 하나의 지표'를 의미한다. 그것은 클릭률이 될 수도 있고 구매율이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상황에 알맞게 정해야 한다.
2. 예전 내가 몸 담은 팀은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고 나서 다양한 지표로 사용자의 여정을 분석했다. 나는 우리 데이터 사이언스 팀이 OMTM을 (그 명칭에 걸맞게!) 단 하나 정하고 그것에 집중하기를 바랐다. 그런 다음 분석 워크플로를 재사용 가능하도록 구성하고 그렇게 자동화해서 절약한 시간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며 성공의 왕좌로 진군하길 원했다. 하지만 리드 데이터 애널리스트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말 그대로 모든 지표를 다 뽑아보길 원했다. 과장하자면, 고객이 아이템을 스크롤하다가 코 파느라 잠깐 멈춘 딜레이 타임까지 알고 싶어 했다.
3. 나를 포함한 팀의 작업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데이터 분석 리포트를 완성하고 나면, 추가로 분석해 볼 것 리스트가 주렁주렁 달렸다. 밑 빠진 후버댐에 물 붓는 기분이었다. 내가 불만을 제시하면 일을 왜 대충대충 하려고 하냐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래, DA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고 나는 '기술적 부채'라는 개념으로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이 모든 데이터 분석을 하더라도 비즈니스 임팩트는 없었다. 왜냐고? 첫째, 우리의 집중력은 분산되어있었다. 지표가 너무 많아서 우린 익사 직전이었다. 이를 전문 용어로 '토 나오게 많은, 엿 같은 데이터'(data puking)라고 부른다. 둘째, 데이터를 고문하면 뭐라도 자백한다. 즉, 끝없이 파헤치다 보면 우연히 생긴 허위(spurious)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재현성 없지만 보스를 즐겁게 만들, 아편 같은 인사이트 말이다. 아마 리드 DA는 그것의 중독자였으리라.
4. 때론 우리 모험을 지탱하고 있는, 발 밑 지식의 넓이가 서핑 보드 정도로 느껴지며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공부를 안 해서(...) 그러니까 내 지식의 지경이 정말 그 정도여서이다. 대개의 경우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유한한 시간과 능력에 비교해 세상의 복잡도가 대양처럼 거대해서이다. 이 사실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하나님이나 빌 게이츠가 아닌 이상 모든 걸 이해하고 의사 결정할 수 없으니까. 한 발은 이성과 지식에 지탱하고 다른 한 발은 본인의 직관과 경험을 믿으며 힘차게 도약하는 수밖에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