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독이나 과로는 자기통제 실패’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기통제란 원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바람직하고 적절한 행동을 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나 힘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건강과 행복’이다. 결국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또는 적어도 고통받지 않는 삶을 위해서, 그 많고 힘든 일들을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일 중독이나 과로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기여하기보다 해를 끼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자체로 ‘목표 달성을 위한 바람직하고 적절한 행동’이라는 자기통제의 정의에 위배된다. 즉, 어떠한 노력이든 궁극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이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적절한 노력인 것이지, 되려 노력이 목표를 해하는 식의 주객전도가 일어난다면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그것은 곧 자기통제 실패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당연한 말인데 굉장히 신선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수많은 방황과 허무함, 번아웃 역시 노력이 목표를 해하는 주객 전도가 일어날 때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분명 행복하려고, 적어도 힘들게 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런 노력들이 내 삶의 가장 큰 힘겨움이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하게 된다. 이런 허무함은 애쓸수록 원했던 삶과 가까워지기는 커녕 더 멀어질 때, 지금 자기통제에 실패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다시 목표와 수단을 잘 조정해 보라고 쿡쿡 찔러주는 알람일지도 모르겠다. 삶의 모든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과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뭐든 열심히 잘 하겠다며 완벽주의적인 자세로 매달린다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많고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과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정작 중요한 건강과 행복이 하얗게 타버린다면, 이는 얼마나 인생의 큰 낭비인 것인가?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은데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나를 갈아넣으며 애쓰는 것은 완전한 자기통제 실패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무엇(건강, 행복, 덕질 등)을 최대화하는 선에서, 적당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오해하면 안된다. 노력의 수준이 ‘적당히’를 벗어나면 곧 자기통제 실패이므로, 부작용이 이득을 넘어서지 않는 최적의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듀크대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 교수와 ‘정확한 계기판 설정’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연료가 떨어지면 ‘Empty’, 연료가 충분할 때는 ‘Full’이 뜨는 자동차 계기판처럼, 사람들도 자신의 삶에서 뭐가 부족한지, 적당한지, 또는 그 이상인지 판단하는 계기판 또는 기준이 마음 속에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연료가 가득 있는데도 계기판이 오작동해서 E(비었음)라고 인식하거나, 또는 바늘이 F(가득참)에서 조금만 내려가도 큰일났다며 호들갑을 떤다. 아마도 상당수의 불행이 그렇게 계기판이 오직동하거나 또는 계기판을 오독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얘기였다. 일 중독, 과로, 완벽주의 등 모든 선을 넘는 노력들 또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자동차는 연료가 어느 정도 충분하면 문제 없이 굴러간다. 연료통이 터지도록 연료를 넣을 필요가 없다. 연료가 부족해지면 굴러가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채워 넣으면 된다. 내 계기판은 ‘적당한 수준’을 잘 알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과로를 통제하지 못했을 때

Dongascience

[박진영의 사회심리학]과로를 통제하지 못했을 때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1년 10월 16일 오전 10:07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