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쓰는) CEO 일지: 17년 만에 찾아온 10월 한파와 유니클로
토요일 저녁, 동네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에 방문했다. 화이트 마운트니어링 품절 대란에 이어,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겨울 옷 구입하러 온 고객들로 매장이 꽤 붐볐다. 계산대 줄도 길고. 유니클로 매장에 종종 들리는 편인데, 근래 본 것 중에 가장 고객이 많아 보였다.
유니클로는 2019년 이후 한국 사업에서 고전을 했는데, 2가지 전략으로 활로를 뚫은 것 같다. (내가 유니클로 한국 대표였다면, 2년 전에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보게 되는데 최선의 결정이라 생각한다.)
하나는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 오프라인 매장은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온라인에서 광고를 하고 고객들도 온라인에서 결제하도록 앱 마케팅도 열심히 했다. (네이버에서 유니클로 광고를 많이 보게 된 시기도 이와 비슷) 일본 불매운동이라는 분위기 속에서도 유니클로 제품을 사고 싶은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유도를 한건데, 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니클로 앱은 아직 불편한 점이 좀 더 많긴 하지만)
두번째는 유명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이 협업의 결과물이 출시될 때마다 품절 대란이 나는데, 이건 PR 도 동시에 유니클로가 잘 하는 것 같지만, 암튼 실제로 입소문도 난다. 심지어 기존 유니클로 상품 가격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명품 오리지널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싸잖아! 라는 심리적 보상감과 명분도 준다.
2021년 회계연도에는 흑자 전환을 했다고 하는데, 오프라인 매장은 알짜배기만 잘 남기고 온라인 강화하고 상품 라인업은 유명인과의 협업 방식(특히 히트텍 때문에 겨울은 유니클로 매출의 대목일 것 같다. 겨울 상품 가격대가 더 높기도 하고)은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
콘텐츠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뭐야? 라고 하면, 나는 옷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생활용품, 문구류 등.. 일상 생활을 조금씩 조금씩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나는 참 좋다. 그래서 유니클로든, 무인양품이든, 그리고 더 많은 브랜드들이 계속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더 발전하기를 소비자로서 바라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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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았다.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한국 유니클로는 884억원 적자를 냈고, 매출액은 6298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다만 최근에는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은 지난 14일 2021회계연도(2020년 9월~2021년 8월) 실적을 발표하면사 “한국 유니클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매장 수를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 내 유니클로 매장 수는 130여개로 불매 운동 초기인 2019년(190여개)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패스트리테일 전체 매출액은 2조1329억엔(약 22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고, 영업이익은 2490억엔(약 2조6000억원)으로 66.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