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배우고 성장할 기회는 무엇인가?” 나는 당연히 내가 성장 마인드셋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름 열심히 공부도 하고 독서도 하며 부족한 점을 메우고 성장하려고 항상 노력했으니 말이다. 하루라도 뭘 배우지 않으면 죄책감이 드는 이런 나라면 당연히 성장 마인드셋일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캐럴드웩의 <마인드셋>은 원래 읽지 않으려고 했던 책이다. 커버만 봐도 내용을 알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성장 마인드셋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보니 전자는 맞고, 후자는 틀렸더라. 성장 마인드셋의 사람들은 성공하고 행복한 반면, 고정 마인드셋의 사람들은 성공하기 어렵거나 성공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는 뻔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책의 좋고 나쁨과는 별개로, 내가 고정 마인드셋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돼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런 깨달음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나는 내가 선천적 자질을 가진 분야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성장 마인드셋인 척 했지만 사실은 고정 마인드셋이었던 것이다. 어떤 일을 한두 번 어설프게 해보고는, ‘아, 가속이 붙지 않네. 내가 재능이 있는 분야가 아닌가 보다.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쏟느니 차라리 재능이 있는 다른 분야를 찾아보자. 그게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길일거야'라고 생각했다. 내가 재능이 없다고 느꼈던 분야는 곧 흥미를 잃어버렸다. 겉으로는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내가 열심히 해봤자 잘하지 못할거라는 두려움에 도망친 것이다. 고정 마인드셋의 사람에게 어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내가 타인에 비해 우월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가 열등한 존재인게 탄로날까봐 도전과 배움을 피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냥 아직 숙달하지 않은 것이고, 익숙해가는 과정일 뿐인데, 고정 마인드셋은 얼른 포기하고 다른 걸 찾는다. 조금만 노력해도 결과가 나는 쉬운 길만 찾는 것이다. 조금 노력해서 남들보다 잘하면, 그게 마치 나의 우월성인 것처럼 오해하기 때문이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고 해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메시처럼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떤 학자들도 그렇게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처음 한 두 번의 시도가 어떤 사람이 한 분야에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고등학교 때 농구팀 선발에서 탈락한 적이 있다. 또 자신이 뛰고 싶었던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 농구팀 선발에도 떨어졌다. 이게 조던의 재능 부족을 의미했다면 농구 황제는 결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 때 조던의 실력이 아직 그의 포텐(재능의 한계선)에 다다르지 못했을 뿐이다. 재능은 처음부터 얼마나 잘하냐가 아니라, 엄청난 학습과 연습을 투입한 이후에 결국 얼마나 잘할 수 있냐는 것이다. 결국 끝까지 가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재능에 대해 판단하고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성장 마인드셋의 사람에게 학습은 완벽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반면 고정 마인드셋의 사람에게 학습은 틀리지 않음으로써 내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쉬운 문제를 완벽하게 푸는 건 똑똑한 나를 뽐내기 위한 수단일 뿐, 진짜 학습이 아니다. 진짜 학습은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보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때 일어난다. 나는 이제껏 이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항상 내가 틀리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안전하게 학습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을 받고 또 재능이 있다고 믿었다. 전형적인 고정 마인드셋이었던 것이다. 책 한 권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 이제 내가 왜 항상 실패하지 않고 성공해 왔는지 알았다. 내가 이미 잘하는 범위를 넘어선 노력과 그에 필히 수반되는 실패를 피해온 것이다. 싫어했던 게 아니라 내가 못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재미있는 게 뭔지 찾지못한 게 아니라, 노력없이 즐기려고만 하니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멍청해 보이기 싫으니 질문하지 않고 그냥 관심없다고 했던거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단어가 이렇게 많은 걸 깨닫게 해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나처럼 자신이 당연히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인드셋> 책을 직접 읽고 꼭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마인드셋

Brunch Story

마인드셋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1년 12월 9일 오후 12:5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