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너에게 칭찬해줄 점으로 뭐를 꼽겠어?” 나는 작은 성과에 쉽게 취하지 않는 것과 분별력을 꼽았다. 친구는 의외의 얘기를 했다. 안달복달하지 않는 거라고.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가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는다. 평이하게 말하면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을 내버려 둔다는 거였다.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짜증이 났고, 누군가 묻는 말에도 괜스레 성질이 나서 팩팩해졌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나아졌다. 그때 내게 물었다. 그 사이에 기분이 풀어질 만한 일이 있었나? 아니었다. 그럼 문제가 해결됐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아졌다.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그랬고 그저 나아졌다.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듯 저 혼자 그랬다. 그러니 세상사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워서 이유를 따지고 들 건 없었다. 어떤 일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해도 될 것 같았다. 시간에 맡겨 두면 되는 일들도 더러 있었다. 알다시피 나는 소심한 데다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늘 스스로를 볶는 편인데, 이만큼 살아보니 인생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결정적 순간은 많지 않더라. 선택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그런 순간이 아니라면, 자신을 좀 내버려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살면서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못된 성격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들볶고 괴롭히는 게 아닐까? 타인은 언젠가는 헤어지지만 자기 자신과는 죽을 때까지 평생 함께 살다 간다. 사는 내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달린다고 생각해 보라. 아주 고약하지 않나? 강연에서 내가 단골로 하는 질문이 있다. 만약에 원하는 대로 다 된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냐고. 뜻밖에도 이 질문에 선뜻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시선이 다 밖으로 향해 있어 정작 자신의 마음을 살피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드물 만큼 우리 삶은 녹록지 않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는 남들이, 세상이 주는 것도 있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부터 줄이면 되지 않을까? 자신에게 가하는 대표적 스트레스인 ‘안달복달’부터 덜 하는 거다. 방법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알면 통제력이 생긴다! 즉, ‘내가 지금 안달복달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올라오고 그러면 훨씬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새해엔 안달복달하지 않기![동아광장/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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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5일 오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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