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온통 맵고 짠 세상... '순한 맛'은 어디에서 찾을까
조선일보
"매운맛 열풍에 대해 흔히들 세상이 살기 힘들어진 탓이라는 분석을 한다. 점점 더 심해지는 스트레스를 매운맛으로 풀려 한다는 식이다. 글쎄, 그 말도 제법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내 생각에는 이런 종류의 경쟁은 한번 시작되면 그 자체의 힘으로 굴러가게 되는 듯하다. 세상의 평화와 상관없이, 보다 강한 자극을 향해." "매운맛과 높은 음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보상을 받지만 순한 맛과 낮은 음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담백한 이야기, 작은 소리도 순한 맛과 처지가 비슷하다. 그래서 상업 영화의 폭력 묘사는 점점 더 잔혹해지고, TV 드라마의 막장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팝송과 가요는 평균 음량이 커지면서 비트가 강렬해진다. 그렇게 다양성이 증가한다면 환영할 일이겠으나 실제로는 표준에 대한 감각이 바뀌면서 매운맛이 순한 맛을 쫓아내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경쟁이 어느 선을 넘으면 사람들이 매운맛에 환멸을 느끼고 다시 순한 맛이 각광을 받는 때가 올까? 그런 식으로 매운맛과 순한 맛에 대한 선호가 순환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애초에 우리의 눈, 코, 귀, 입이 불공정하다."
2022년 1월 3일 오전 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