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김종진 님의 『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입니다.
효형출판사는 건축과 예술 분야 책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출판사입니다. 효형에서 출간한 책을 살펴보면 한 권 한 권이 참 격조 있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책도 마찬가지예요. 디자인의 섬세함을 느끼시려면 직접 표지를 만져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여기 벽돌건물이 그림자부분은 거친 재질감을 주었어요. 빛이 비추는 매끈한 부분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거친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면 이 책의 이야기가 손끝에서부터 전해집니다.
저자 김종진 교수는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했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학과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2011년 첫 책 『공간 공감』, 2018년 두 번째 책 『미지의 문』에 이어 『그림자의 위로』는 세 번째 건축 에세이입니다.
‘공간 그 너머의 영혼을 찾아가는 길’,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책은 빛과 그림자가 교체하는 공간을 답사하고 그곳에서 끌어올린 사색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 스며드는 신비로운 체험을 마침내 흰 백지 위에 검은 펜으로 그려냈으니 '영혼의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로 그려내려 했으니 아마도 답사한 곳보다 종이 위에서 김종진 님은 더 많은 사색을 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문장이 참 좋습니다. 건축에 관한 책이겠거니 지나쳤다면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계곡에 물이 아무리 굽이쳐도 막힘없이 대지를 향해 흘러가듯 저자의 문장은 걸림이 없습니다. 문장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는 감각적인 어휘는 어느새 저자와 함께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번에는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색의 공간 여덟 곳을 소개합니다.
여덟 가지 주제 침묵, 예술, 치유, 생명, 지혜, 기억, 구원, 안식은 건축 안에 담긴 기능과 연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술의 빛에서는 미술관을 지혜의 빛에서는 도서관을 안식의 빛에서는 묘지를 다룹니다. 저자는 답사를 진행할수록 눈앞에 현상을 넘어 어딘가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빛을 향한 여정의 기록이지만 또 다른 곳을 향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