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론, 실시간 차트 없앤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주요 내용은 3개다. 1) 순위가 사라진다. "멜론은 상반기 중에 이를 삭제한 새로운 차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새로운 차트의 곡 배열 방식이 실제 순위대로 될지 무작위 배열이 될지는 미정이다." 2) 실시간 차트가 일간 차트로 바뀐다. "1시간 단위로 집계하는 실시간 차트 기준을 24시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계정당 1시간 내 1회 재생한 것을 순위에 반영했는데 앞으로는 24시간 동안 1곡당 1인 1회 재생한 건수를 순위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업데이트는 기존처럼 매시 정각에 이뤄진다." 3) 기본 재생 방식이 '무작위'로 설정된다. "차트 음원 재생방식의 기본 설정도 ‘셔플(무작위) 재생’으로 바꾼다. 실시간 차트에 오른 음악은 대부분 순차 재생으로 듣기 때문에 높은 순위의 곡은 더 많이 재생되는 구조였다. 업계에선 상위권에 오른 곡이 계속 더 많이 재생돼 순위가 왜곡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 바이브가 쏘아올린 작은 공? NO! - 이런 변화가 최근 바이브가 선언한 '내돈내듣(내 돈은 내가 듣는 음악에)' 캠페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시점의 문제일 뿐 실제 내부 고민은 오래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큰 결정을 단기간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왜일까? 일단 국내 음원 시장의 포화상태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 2010년 이후로 성장률 자체가 크지 않았다. 독점 상태인 멜론으로서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것보다 확장하는 게 더 큰 이유였을 게 분명하다. - 왜 확장되지 않는가? 실시간 차트가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팬덤은 규모가 매우 큰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전체 음악 소비자로 확대해서 보면 큰 비중은 아니다. 게다가 폐쇄적이다. 실시간 차트가 아이돌 음악 위주로 재편되면서 한국 음원 서비스의 점유율은 파이 나눠 먹기처럼 여겨졌다. - 그러는 동안 일반 소비자들은 유튜브로 넘어갔다. 단, 중요한 차이는 '음악을 들으러' 유튜브로 간 게 아니라 '콘텐츠 때문에' 유튜브로 갔다. 거기서 콘텐츠 소비와 검색 니즈가 충족되면서 음악이 사이드 효과를 누렸다. 결과적으로 유튜브는 네이버, 멜론 등 다른 영역의 서비스 모두의 경쟁 상대가 되었다. - 이 와중에 사재기 논란이 터지고, 멜론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점유율이 아니라 브랜딩이 중요해졌다. 스포티파이가 들어온다는 소식도 있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물론 이건 멜론이니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맥락이다. 지니, 플로, 바이브는 이런 고민을 할 이유가 없다. 점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이슈는 점유율을 높이는 건데, 그걸 위해 실시간 차트를 '먼저' 포기하거나 대체할 이유는 없다. - 게다가 바이브는 멜론, 지니, 플로와 달리 자체적으로 음원 유통을 하지 않는다. 네이버가 음원 유통을 하는 순간 '시장 파괴' 논란과 법적 이슈를 껴안게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뮤직을 론칭할 때 이미 한 차례 벌어졌던 일이다) - 네이버로선 비즈니스에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올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점유율을 높이는 건 아무리 네이버라도 한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돈내듣' 캠페인은 이 한계를 돌파해서 게임의 방향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만들었다. 차츰 차트 자체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 - (여기서 광고 ^^;;) 2년 전, 아웃스탠딩에 <실시간 차트와 플레이리스트가 경쟁하는 세계>라는 테마의 글을 썼다. 차트의 역사(=빌보드의 역사)와 플레이리스트가 차트를 대체하는 미래적인 상황에 대한 칼럼이다. 아웃스탠딩이 제휴를 맺은 리디셀렉트에서도 볼 수 있다. 🤏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1.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예상하듯, 아이돌 팬덤이다. 그런데 아이돌 그룹은 손해보지 않을 수도 있다. 차트 공략은 팬덤 활동 중에 매우 중요한 이슈다. 이들이 멜론 차트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징성'은 남을 것이다. 이런 극악한 환경에서도 1위를 했다는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점진적으로 팬덤이 차트에서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2. 멜론이 잃은 건 없나? 오히려 차트 정상화와 사재기 논란/이슈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음악 산업 정상화의 선두에 선다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 멜론의 주요 방향은 사실 음악 투자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있었다. 그런데 음악 산업의 방향이 음악 매출보다 IP 비즈니스로 흐르면서, 카카오M의 IP, 그러니까 아이유와 같은 가수의 확장성이 중요해졌다. 멜론이 투자한 음악의 확장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해진다. 서비스를 정상화하고(=논란을 잠재우고)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건 장기적으로 손해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점유율도 급하게 빠지지 않을 것이다. 3. 또한 그 과정에서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의 연결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카카오의 방향성은 콘텐츠 비즈니스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카카오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실험들이 대거 벌어질 수도 있다. 거기서 멜론의 역할이 제정의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4. 무엇보다, 음악 시장이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음악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한 지류로 포섭되는 경향을 보인다. 음악은 자유롭게 콘텐츠 비즈니스와 결합해야 하고, 거기서 사용료 및 저작권료, 출판권료 등 가치 기반의 수익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단지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듣는지, 소비되는지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다른 업종보다 음악에서 먼저 벌어질 거라고 본다. 음악이야말로 다른 콘텐츠에 달라붙기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5. 이 상황에서 자칫 지니와 플로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 구조적으로 대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다들 열심히 대응할 것이다. 6. 아이돌 팬덤은 멜론 차트보다 유튜브 조회수, 바이럴 횟수를 더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들어오면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나 조회수 등을 더 신경 쓸 것이다. 이 와중에 아이돌 그룹과 팬덤은 로컬/글로벌로 나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사업은 글로벌을 지향하는데, 코어 팬덤은 로컬에 있는 불균형이 생길 수 있고, 그렇다면 기존의 팬덤 운영 방식, 팬덤과 아이돌 그룹이 관계 맺는 방식 등 '오랜 시간 조율된 전통'도 흔들릴 수 있다. 어쩌면 팬덤의 속성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7. 비아이돌, 그러니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음악가들'은 지금보다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특히 싱어송라이터의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시간 차트가 아닌 일간 차트로 바꾸면 '오가닉'한 수치가 중요해지는데, 지난 수년 간의 경험상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이 꾸준하게 소비되면서 수익을 높이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8. 한편 이런 이유로, 음악 시장은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의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 바이럴 마케팅 뿐 아니라 여러 단계의 마케팅 노하우를 가진,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고 그들이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까지 넘나들 수 있다. 9. 모든 게 예측이지만, 멜론의 결단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환경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