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소비자입니다. 취재하던 곳에서 이슈가 발생했을 때 홍보실이나 관계자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직접 보게 됩니다. 진심을 가지고 대처를 하는지 아니면 허둥지둥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 판단에 따라 기사의 강도와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홍보실과 대표의 역량은 리스크가 발생한 후 대처를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켓컬리와 쿠팡의 이야기입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마켓컬리 대표 김슬아입니다.' 마켓컬리 서울 장지동 상온 1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지난 5월 27일 김슬아 대표는 자필 서명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기업 대표가 리스크가 터졌을 때 사과문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김슬아 대표는 사과문의 시작을 코로나 19의 발생과 현재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후 대응 방안을 디테일하게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후 마켓컬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코로나 19가 안정되는 시점까지 방역 점검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여 위생 관리를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변명도 없습니다. '고객님이 우려하시는 부분과 관련한 모든 진행 상황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전달 드리겠습니다. 확진자 발생으로 심려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고객님과 임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제대로 대처하겠습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는 자신감을 소비자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쿠팡은 어땠을까요? 지난 5월 24일 쿠팡도 배송센터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오전에 확인했는데, 오후조를 정상 출근시켰네요. 더 큰 문제는 어떤 공지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홍보실이든 기획실이든 이 상황과 관련해서 대표에게 보고했을 것입니다. 대표는 그 보고를 받고 대처를 하든지 홍보실에 리스크 대처를 전권 이양했어야 합니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쿠팡 김범석 대표는 장고 중이던지 아니면 여기저기 조언을 받고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에 대한 위중함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무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기업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마켓컬리의 사과문 발표 이후 5월 28일 뒤늦게 쿠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시기적으로 대처가 늦었습니다. 김슬아 대표와 함께 일하는 임직원과 김범석 대표와 함께 일하는 임직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니 어떻게 움직일까요? 답은 뻔합니다. 마켓컬리 임직원은 능동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이 사태를 해결할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쿠팡 임직원들은 우왕좌왕 눈치 보기 등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전면에 나서야 할 홍보실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홍보실 혹은 홍보의 역할은 PR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대표들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홍보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홍보실이 소비자이기도 한 기자들의 분위기를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마켓컬리와 쿠팡, 너무 다른 코로나19 대처법

한겨레

마켓컬리와 쿠팡, 너무 다른 코로나19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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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8일 오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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