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 성공?] 어제 한국 지상파 뉴스에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고 합니다. 날이 밝자마자 찾아 보았네요^^ 현지에서 사는 입장에서 보자면: 짧지만 내용의 핵심을 잘 짚어준 것 같습니다. 여기서 부연설명을 하자면... 1. 핀란드 '기본소득'은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그 '기본소득'과는 시작점이 사뭇 다릅니다. 핀란드는 전 국민 실업(고용) 보험 + 노조 활동이 일반화되어 있는 곳으로, 일자리를 잃으면 누구나 실업신고를 하고 실업수당(구직수당)을 다달이 받게 되어 있습니다. 실업수당은 보통 월급의 40-70% 대 정도이며 (일부 고소득자에 대해선 상한선 캡이 있긴 합니다), 돈을 적게 번 저소득자일수록 보존률이 높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국가에서 월 6-700유로 내외의 기본 실업수당을 지급합니다. 그 외 무상등록금, 학생수당, 양육수당, 월세지원금, 아이 주치의 서비스 등등... 정말 다양한 사회복지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 근데 여기에 맹점이 하나 있으니... 알바, 일용직을 하여 돈을 벌면 실업수당이 끊깁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요, 아마 월 300유로 정도 넘게 벌면 실업수당이 끊어지는가 뭐 그렇습니다.) 실업수당에 의존하는 이들 입장에선 '푼돈 벌다간 실업수당이 끊어진다'라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업수당 심사 기준 등이 복잡해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됩니다. 3.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업수당 또는 기본 실업수당을 이미 받고 있는 이들에게 조건 없이, 구직활동이나 취업/소득 여부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무조건 560유로를 다달이 지급한 것이지요. 주 목표는 장기실업자 구제였습니다. 나아가 핀란드 행정부는 기본소득이 기존 실업수당 및 각종 복지사업 관련 행정업무를 간소화시켜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따지기 골치 아픈데 560유로 주고 끝내자! 뭐 이런 논리가 작용했던 것이죠. (얼마 전 한국에서 크게 일었던 '누구누구에게 긴급재난 소득을 줄지 선별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골치 아프니' '전 국민에게 싹 다 지급하자!'라는 논리와 어찌 보면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ㅎ) 4. 핀란드 기본 소득 실험은 결국 일자리 늘리기 부문에선 실패했습니다. 장기실업자들을 구제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죠. 노키아 시절,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 기술에 숙련된 중장년층 장기실업자들이 특히 난제입니다. (이들에게 첨단 코딩, 마케팅, 창업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미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 진로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5. 하지만 정신건강, 삶의 질 부분에선 성공했습니다. 장기실업자들의 우울감이 줄어들고 삶에 대한 의지, 즐거움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참고로 핀란드는 유럽 최고 자살률을 기록하는 나라입니다. 고독사도 은근히 많다네요. 이 상황에서 기본소득 실험은 나름 희망찬 소식을 전해온 셈입니다. 여담) '기본소득'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기본소득은 아닌 셈입니다. 한국도 한국 나름의 적절하고, 효과적이고, 차별 없는 기본소득 제도를 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례만 연신 들여다볼 시대가 아닙니다 -- 이제는 대한민국 스스로가 미래를 만들어가야겠지요!

[팩트의 무게]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은 실패? 성공? (2020.06.29/뉴스데스크/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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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30일 오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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