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그렇습니다. 이제 곧 연말입니다. 그 말인즉슨 '연말'이라는 특수한 분위기를 핑계로 왠지 해야 할 일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먼저 찾게 되고, 올해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 딱 새해 첫날부터 야심 차게 시작하리라는 굳은 목표를 세우게 되는 시기라는 얘기죠.
02. 하지만 우리가 수십 년 경험해 봤듯이 연말의 그 따스하고 말랑했던 감성을 새해 첫날 과감히 던져버리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게다가 회사나 학교 등 본인이 속한 조직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시작되면 이 또한 우리의 목표와 결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게 되니까요. 맘 좀 제대로 잡고 올 한 해는 잘 보내보려고 했던 우리를 우주가 나서서 가로막는 느낌마저 듭니다.
03. 그래서 오늘은 '마음 단단히 잡수세요'라는 모진 말 대신 조금 현실적인 대안을 한 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 차쯤 될 때부터 시작해 온 습관이고 이제 어느덧 6년째 실천 중인 작은 습관인데요, 11월 말 즈음 시작해 다음 해 1월 중순 정도까지 (넉넉잡고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올해와 내년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플랜을 정리해 보는 거죠.
04. 처음엔 연말에서 연초로 바뀌는 그 충격을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Anti-shock Plan이라고 불렀고, 한때는 캐럴이 울려 퍼지는 시즌에 세우는 플랜이라는 뜻에서 Carol Plan이라고도 불렀지만, 가장 적절한 말은 역시 올해와 내년을 이어줄 Bridge Plan인 것 같더군요. 이름보다는 실천이 중요하지만 어떻게 명명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접근할지가 결정되는 것이니 이 또한 개인적인 의미는 있겠다 싶습니다.
05. 서두가 길었지만 이 Bridge Plan을 실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는 총 3가지로 나누거든요.
1) 그대로 내년까지 가져가도 좋을 만한 일
2) 내년까지 가져가되 디벨롭이나 변화가 필요한 일
3) 과감하게 버리고 갈 일
06. 다만 이때는 조합과 배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1,2번만 가득하고 3번은 하나도 없어도 문제고, 1,2번은 없고 3번만 가득한 것도 문제니까요. 때문에 2번을 중심으로 먼저 Bridge Plan을 짜보면 그래도 1,3번을 자연스레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거나 아니면 꼭 하고 싶은 일인데 조금만 더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우선 고민해 보면 일의 질도, 삶의 질도 꽤 나아지는 법이더라고요.
07. '근데 이런 플랜을 한 달이나 넘게 고민해서 짠다고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그 이유를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제 경험상 연말과 연초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변화를 꾀하는 시기였습니다. (생각하면 당연한 거죠) 그러니 연초가 되면 갑자기 상위 조직장이 '우리 올핸 이런 거 해보자'라며 예상치 못한 미션이나 목표를 제시하기도 하고 내년부터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거라는 회사 차원에서의 소문도 무성한 법이죠.
08. 그러니 그냥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소망 카드 쓰는 심정으로는 꽤 허술한 계획밖에는 세울 수가 없습니다.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기도 쉽고 말이죠. 따라서 적어도 열두 달 중 한 달 정도는 올해와 내년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내 계획을 한번 차근차근 세워보시고 변화를 예측해 보는 게 좋습니다. 그게 우리에게 오랜 기간 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고 변화의 물결을 유연하게 타고 넘게 해 줄 '다리' 역할을 해줄 테니 말이죠.
09. 아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3번 '과감하게 버리고 갈 일'은 포기라기보다는 정리에 더 가깝습니다. 버리고 싶어도 내 맘대로 버릴 수가 없는 일이라면 이 부분 중 무엇을 떼어 1,2번으로 만들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니까 말이죠.
대신 해를 거듭하며 이 Bridge Plan을 짜 다보면 어느 순간 그 스킬이 만렙을 찍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장 지치지 않는 여러분만의 새해 계획이 차곡차곡 쌓여 소망처럼 자리하고 있던 미션을 달성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