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 KIA, 즐⟫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작년 1월, 30년 만에 로고(CI)와 슬로건을 바꿨습니다. 드론 303개를 동원해 하늘에서 새로운 로고를 수놓는 방식으로 '로고 언베일링 행사'를 진행하면서 '폭죽과 동시에 발사된 가장 많은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화려한 시작이었죠. 포부도 당찼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며 그 포부를 밝혔고 '파워 투 서프라이즈(The Power to Surprise)'에서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스(Movement that inspires)'로 슬로건도 바꿨죠. 새로운 로고는 균형(Symmetry), 리듬(Rhythm), 상승(Rising)이라는 3가지 디자인 콘셉트로 개발한 결과였지만, 약 2년이 지난 지금 사용자들은 새로운 로고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듯 보입니다. [ 로고를 바꾸는 게 트렌드? ] 기아 보다 앞서 로고를 바꾸고 이를 공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있습니다. 2018년 미니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폭스바겐, 2020년에는 BMW와 닛산까지.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로고를 바꾸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죠. 바뀐 로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로고를 더 심플하게 만들었습니다. 색을 단색으로 바꾸거나, 재질 표현에서 양감을 빼는 방식으로 힘을 좀 뺀 느낌이죠. 미니, BMW, 닛산 모두 3D를 2D로 바꾸면서 양감과 재질감은 없애고 선의 형태를 살렸습니다. 이렇게 바뀐 로고에는 3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3D에서 2D로 2️⃣ 색을 늘리는 대신 줄이기로 3️⃣ 선이 겹치는 부분이 없도록 가볍고 얇게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도 충분한 생산, 판매,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강하게 표현하면 ‘차만 잘 만들면 잘 팔리던 시대’가 있었죠. 그러다 자동차 산업에 유례 없던 대규모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회사는 전기차, 자동차의 무인화, 차량을 나눠 타고 주차장도 공유하는 서비스 방식까지 대응해야 할 이슈가 급증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이슈는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디지털, 모바일 중심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졌죠. 양감, 재질감을 강조하던 3D 로고는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에서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노출하기에 어려웠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로고에 여러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측면도 있었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소비자는 애플, 구글을 필두로 적용한 플랫 디자인에 더 자주, 오래 노출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손으로 만질 때 올록볼록한 3D 로고를 더 가볍게 바꾸기 시작한 겁니다. 친환경, 디지털이라는 트렌드에 더 적합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간판을 바꾸는 데는 돈도 들고 익숙한 사람들에게 거부감, 낯섦이라는 브랜드로서는 막대한 리스크까지 감내해야 합니다. 간판을 바꾼다는 건 예전만큼 장사가 잘 안되거나 업종을 바꾸겠다는 의지입니다.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거나 탄산음료를 서비스로 내놓는 정도로는 간판을 바꾸지 않죠. 메뉴부터 싹 바꾸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새로 하는 수준일 때 간판을 바꿉니다. 완성차 업체는 간판을 바꾸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업의 전환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새로운 로고에 대해 KN으로 검색하는 사용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구글 트렌드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KN car'라는 검색어 트래픽은 매달 약 3만 건 정도입니다. 연관 검색어가 기아 스포티지나 EV6라는 점을 보면 시인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로고를 탓할 수도 있습니다. 'KIA'에 대한 검색어는 약 183만 건이니 약 1.7% 정도인데 2%가 안 되는 숫자라 괜찮은 걸까요?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2%의 새로운 잠재고객을 유입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필요할까요?

KN, KIA, 즐 | RBBM

REDBUSBAGMAN | 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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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오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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