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기술이 진화하고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뷰카(VUCA)의 시대에는, 창의력보다 그 원천이 되는 ‘호기심’이 비즈니스 역량과 성공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 토드 카쉬단(Todd Kashdan) 교수가 20년 이상 호기심과 조직생활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호기심이 높은 상위 38%의 사람들은 더 높은 업력(26년 이상)의 기업에 근무하고, 글로벌 조직에 근무하며, 더 풍부한 관리 경험(10년 이상)과 더 많은 직원(11명 이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전세계 기업들이 호기심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리더가 갖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성장과 호기심’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 팀 쿡 역시 ‘Wicked Smart’을 애플의 인재상이라고 언급하면서 직원들에게 호기심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을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질문’을 통해 더 깊이, 그리고 더 넓게 탐구한다. 이들은 네이버나 구글 검색에 바로 뜨는 답에 대해 머물지 않고 숙고해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이 인간이 기억력을 활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줄여 줌으로써, 더 창조적인 곳에 사고 능력을 쓰도록 해준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 과학계가 인간의 정신 작용에 대해 밝혀낸 모든 사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질문’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지금 이거 해”라는 명령을 듣는 즉시 그 일을 하기가 싫어진다. 사람의 성향이 그렇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의견을 묻는 말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에게 “당신과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같이 해결할 수 있을까?”, “내 의견보다 당신의 의견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당신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해?”라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직원은 리더에게 권한 위임을 받았다거나, 자율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이 주어졌다고 느낄 것이다. 〈다빈치코드〉, 〈8마일〉, 〈라이어라이어〉, 〈그린치〉, 〈아폴로13〉 등 굵직한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 이매진엔터테인먼트 브라이언 그레이저(Brian Grazer) 회장은 호기심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시야와 관점을 확장하기 위해 자신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얘기를 즐겨 듣는다. 그는 이러한 대화 방식을 ‘호기심 대화’라고 부르는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호기심 대화’를 실천해오고 있다. 쿠바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예술가 앤디 워홀과 제프 쿤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소크 박사, 수소폭탄을 만든 에드워드 텔러 박사,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서 호기심을 채우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른다. 그레이저 회장은 “누구든지 자신이 몸담은 산업의 사람들만 만나게 되면, 대단히 고립되고 좁은 시야를 갖게 된다”며 “나와 다른 분야의 관점과 지식이 나중에 언제 어떻게 쓸모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우물의 맛을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호기심에 대한 온갖 연구 결과들이 일치를 보이는 지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호기심이 ‘특질’이라기 보다는 ‘상태’라는 사실이다. 즉 호기심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새로운 도전을 한 직원에게 ‘Just Do it’이라는 상을 수여하는데, CEO인 제프 베조스가 직접 시상하여 조직 내 호기심과 이에 대한 실천을 인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기업에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을 찾을 것이다. 단지 절차대로 일을 잘 따라가거나 지시를 잘 수행하는 것에만 그치는 사람보다, 배워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사람, 문제를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을 고용할 것이다. 결국 미래는 호기심을 선택하는 자들의 것이다.

[정인호 칼럼] 구글과 아마존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것?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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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6일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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