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양은 2020년 60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60ZB로 5년 새 2.6배가량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만큼 사람들도 똑똑해질까? 2011년 8월, 당시 뜨거운 이슈였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TV토론회가 있었다. 방청객은 무상급식 찬성파와 반대파가 자리 잡았고, 100분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사회적인 갈등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대표적인 소통의 공간 TV토론, 과연 양측은 생각의 차이를 좁혔을까? 토론 후 방청객에게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가 60%(29명),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가 37%(18명)로 나타났다. ‘약간 변했다’는 2.1%, 즉 1명만 답변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8,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공화당의 자료와 민주당의 자료 2가지를 나눠줬다. 자료를 읽고 자신의 평소 태도와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와 반하는 정보를 제공하여 선택하게끔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공화당 자료만을,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민주당 자료만을 더 많이 보았다. 더구나 자기가 믿고 있는 정보를 택한 비율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은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기준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편적 심리를 말한다. 즉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견해나 주장에 위배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에 맞게 왜곡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글의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만큼 사람들도 똑똑해질까? 기술진보와 더불어 인간의 지적 수준은 향상되겠으나, 정보를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같은 첨단기술이 인터넷과 AI스피커, 모바일과 융합되면서 손쉽게 자기와 맞는 정보만 흡수하고 결과적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화될 것이다. 더구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는 확증편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유대감을 갖고 어울리는 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을 확고하게 입증해주는 공간에 방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춰 전달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는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도 없도록 차단한다. 그러면 점점 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고 활동하게 될 것이고, 결국 확증편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확증편향은 모든 ‘인지오류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찰스 다윈은 확증편향에 굴복하지 않기 위한 의식적 노력들을 주요한 연구방법론으로 채택해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관찰 결과들이 자신의 이론과 어긋날 때 오히려 더 주목했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강해질수록 그와 모순되는 증거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고 한다. 무엇보다 ‘I may be wrong’, ‘나는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항상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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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0일 오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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