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고고학>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은 작가 대니얼 아샴의 작품 세계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물건이 서기 3000년쯤 발견된다면…’이라는 흥미로운 가정을 전제로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화기, 농구공, 티셔츠, 모자 등을 마치 고대 유물처럼 낡고 부식되어 보이도록 연출한다. 더 인상적인 것은 부식된 오브제 안에 크리스털이 돋아난다는 설정을 한 것이다. 모자나 농구공과 같은 흔하디 흔한 물건들 내부에서는 이미 크리스털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 대니얼 아샴의 작품이 던진 이 질문을 나는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공산품에 불과한데, 어째서 누군가의 눈에는 그 안에 돋아나고 있는 크리스털이 보일까? 생각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 남들은 모르는 가치를 새로 발견하는 사람, 누군가에게서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사람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갈까? 이 비밀을 밝히려면 우선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일컫을 정확한 이름부터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새로운 생각의 틀, 이제부터 그것을 ‘언리시unleash’라 부르도록 하자. 언리시(unleash)의 사전적 의미는 무언가의 줄을 풀어 해방하는 것이다. 주로 맹수를 묶은 줄을 푼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여기에서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해방한다‘는 의미로 정의해봤다. 누구에게나 있고 어디에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것이 언리시다. 예를 들어, 1991년 태풍의 영향으로 일본 이나모리현의 사과 90% 이상이 유실됐다. 이때 누군가는 떨어진 90%의 사과가 아니라 거센 태풍에서 살아남은 10%의 사과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은 붙여 치열한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10배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또 다른 예로, 언젠가부터 초코파이 상자 앞면에 광고가 실리기 시작했다. 오리온에서 새로 출시한 닥터유 제주용암수 광고다. 초코파이는 1년에 자그마치 3천만 상자가 팔린다. 이 상자들에 생수 광고가 실린다고 상상해보라. 오리온은 큰돈 들이지 않고 광고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처럼 언리시는 나의 상황, 재료, 정보, 도구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한다. 태풍에 유실된 90%의 사과를 태풍에도 살아남은 10%의 사과로, 잘나가는 효자 상품을 신상품 홍보 수단으로 재정의하게 한다. 언리시란 어떤 상황이든 새로운 가능성이 있으리라 믿고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격변기 최대의 위험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by 피터 드러커.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예측하기 불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 피터드러커의 말처럼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세계 경제 포럼에서는 2021 주요 의제로 “ The Great reset”을 채택했다.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혁명에 가까운 대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는 오늘날, 더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나를 더 채우고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내 안부터 들여다보자.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가졌는지, 그것들을 해체하고 재결합해서 무엇을 새로 만들 수 있을지를 언리시라는 새로운 렌즈로 살펴보자. 이것이 바로 아무도 보지 못한 가치와 가능성과 잠재력을 새로 발견하는 사람들, 흔하디 흔한 공산품 내부에서 크리스털을 발견하는 사람들의 비밀이다.

내가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성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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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5일 오후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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