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는 커뮤니티 관점에서도 꽤 흥미로운 드라마

1. 드라마 <더 글로리>를 봤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 중에는 캐릭터나 서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커뮤니티나 네트워크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동은과 연진의 네트워크 구축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달까? ++ 본 글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2. 연진은 많은 악역들이 그러하듯, 어릴 때부터 돈과 힘, 그리고 매력(?)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조종하고 지배한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사람을 괴롭히고. 3. 반면, 부모로부터도 버림받은 동은은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진다. 그렇게 절망의 순간, 동은은 1) ‘연진'이라는 꿈(=대의)을 마음에 품고, 2) 이를 이루기 위해 정보를 수집한다. 4. 또한, 3) 자신의 복수를 도와줄 사람들을 한 명씩 모으는데, 4) 이 과정에서 동은은 온몸의 상처 등 자신의 취약점을 먼저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5) 동은은 동료들의 고통에서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공감하며, 5. 6) 동료들의 복수와 자신의 복수를 일치시키는 얼라인 작업도 담담하게 잘 해낸다. 이 과정을 통해 동은의 동료들은 동은의 복수가 마치 자신의 복수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기꺼이 망나니가 되어 칼춤을 춘다. 6. 그리고 드라마의 백미는,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단단히 구축한 동은이 거침없이 연진과 가해자들의 네트워크로 치고 들어가는 장면들인데.. 7. 이 과정에서 연진과 가해자들은 소스라치게 당황하고, 그렇게 그들의 네트워크는 결국 서로를 찌르면서 자멸한다. 8. 드라마 <더 글로리>의 특이점은, <테이큰> 등의 다른 복수물들과는 달리 피해자인 동은이 자신의 손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히지 않고 가해자들이 서로를 찌르면서 자멸하게 만든다는 점인데.. 9. 그렇게 연진은 자신을 지켜주고 도와주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 받는다. 심지어 엄마와 딸에게도. 10. 그리고 이 장면들은, 드라마에서 자주 언급되는 바둑의 형세와 비슷한데.. 우아하지만 거침없이 상대의 집을 파고 들어가 순식간에 무너뜨린다고나 할까? 11. 그렇게 동은은 저승사자처럼 주요 지점에 나타나서 트리거 역할만 할 뿐, 결국엔 가해자들이 서로를 찌르고 배신한다. 12. 물론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너무 쉽게 무너져서 드라마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독자로서는 어느 정도 공감은 하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동의하진 않는 편. 13.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조직이나 국가나 제국이 내분으로 몰락하니까. 그래서 심지어는 이를 활용해서 내분으로 한 국가나 단체를 자멸시키는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이란 전략도 있지 않나. 14. 그렇기에 드라마로서 복수의 과정이 쫀쫀하지 않다고, 비드라마적이라는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 15. 그리고 정확한 진위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드라마를 연출한 PD가 학폭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하는데.. 가해자가 스스로 자멸한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가진 핍진성이 오히려 현실에서 완성됐다는 이상한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 누구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리고 이 사건으로 드라마가 아무리 인기나 화제를 끌어도 큰 영광은 없을 것 같고. 16. 무튼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상대의 진영을 파고들어가 스스로 자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드라마 <더 글로리>는 커뮤니티나 네트워크 관점에서 뜯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7. 동시에 돈과 힘만으로 구축한 네트워크가 얼마나 허약한지도 잘 드러나고. 근데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 번 아무말을 해봤다리. 끗. #오늘의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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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4일 오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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