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정도 전인가? 한창 얼룩소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조용히 있었다. 나 역시 콘텐츠 생산자로서 오해의 여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얼룩소와 유사한 다른 채널에서 콘텐츠 공급 제안을 받았기도 하고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서 말해도 될 듯하다. 얼룩소가 당신의 글에 제 값을 주겠다는 메세지를 내세워서 SNS에서 활동하는 많은 텍스트 콘텐츠 생산자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유튜브가 동영상 콘텐츠 생산자들을 크리에이터로 정의해서 수익모델을 만들어주며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디어 판을 바꿨다. 반면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오래된 콘텐츠인 '글'은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 소스이자 막대한 량을 자랑하지만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준다는 것은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얼룩소에서만 3번, 오늘 받은 얼룩소 유사채널 포함, 최근 1년만 해도 매달 평균 1~2회씩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 글 공급 제안을 받아왔다. 이미 예상했듯이 모두 거절했다. 현재는 3년전에 계약한 패션포스트에만 정기적으로 그리고 DBR 등 간간히 요청 오는 전문지나 언론사 등에만 비정기적으로 기고를 하는데, 모두 오프라인 채널(지면)을 온라인과 함께 운영하는 곳들이거나 콘텐츠를 사업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으면서 복합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곳들이다. 아니면 전업 출판사와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만큼 글을 잘 쓸 역량이 안되는게 첫번째고 글 쓰는 것을 정말 싫어하고 부담스럽게 여기는 게 두번째다. 그리고 세번째 이유는 텍스트 콘텐츠는 현재 시장에서는 절대 제 값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 값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콘텐츠와 연계된 다른 수익활동 없이 콘텐츠 하나만 가지고 받을 수 있는 돈을 제 값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10년 가까이 콘텐츠 생산자로서 직간접적으로 해 본 결론이자, 특정 영역에서 특정 목적을 가지고 아주 작은 시장에서 하는 것은 몰라도 그걸 넘어서는 순간 돈이 안된다. 일반 대중 시장은 적용되는 룰이 아예 다르다. 그 룰을 따르는 순간 차별적 경쟁력을 잃게 되니 사업성장이나 확장이 안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글의 가치를 생산자와 공급자 입장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지만 대중 시장에서는 매우 매우 낮다. 다르게 표현하면 원가는 높지만 가격은 낮으니 사업으로 돌릴 수가 없다. 거기에 대개의 경우 글을 쓰고 제공하는 입장에서 온라인 채널 한 곳에 콘텐츠가 묶이게 되면 다른 곳에서는 쓸 수 없는데, 독자들은 생각만큼 콘텐츠로 채널을 옮기지 않으니 콘텐츠 활용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독자들이 채널을 옮기는 동인은 콘텐츠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거나 전달하는 메신저다. 메신저를 보고 채널을 추가하거나 옮길 지 결정한다. 전형적인 샐럽 장사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식은 글을 다른 수익활동을 위한 바탕활동으로 활용하거나 확실하게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따르는 것이다. 얼룩소 등 텍스트 콘텐츠에 대해 다른 채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곳들을 보면 현재 투자 받았거나 사업자금으로 확보한 돈으로 수익을 만들어주고 있다.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나 그냥 당장 돈 주는데 갔다가 돈 안주면 원래대로 옮기면 되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채널 변경을 통해 한번 독자를 잃게 되면 그걸 다시 회복하는건 새로 모으는 것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온라인 콘텐츠 생산과 제공은 대개 커뮤니티와 팬덤 사업 속성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소탐대실하기 쉽상이다. 결론적으로는 텍스트 콘텐츠가 속한 시장과 산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 못한 사업아이템과 모델에는 콘텐츠를 제공할 의사도 별 관심도 없다. 20여년전 싸이월드 시절부터 다음 카페, 네이버 블로그, 각종 SNS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거기에 수십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콘텐츠 채널과 함께 해보면서 산전수전 겪은후 내린 결론이다. 결국 꾸준히 집중해서 초심 잃지 말고 활동하는게 가장 중요하고 새로운 채널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나 '주제'를 쫓고자 할 때 성공확율이 높아진다. 그리고 존재감과 사람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쌓아나가는 과정은 최소 1년 이상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탐구와 시간과의 싸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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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9일 오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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