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초등 외국어 교육 - 영어교육에 대한 이야기 ] 핀란드는 10년마다 교육개편을 합니다. 지난 번은 2016년에 시행되었고,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조항과 '초등학교 1학년 부터 외국어 교육 의무화'가 추가되었습니다. 4년이 흐른 지금, 핀란드 교육계가 "이 귀중한 어린 시기에 영어만 가르치나요? 다른 외국어는?" 이라며 살포시 비판적 시각을 제시했군요. 흥미롭습니다. 1. 핀란드의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7%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0명 중 1명 가까이가 외국인이라는 뜻이죠. 러시아, 독일, 스웨덴, 폴란드, 중국, 소말리아, 나미비아 출신이 많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핀란드는 2006년 교육개편에 '다문화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2016년에는 '초등 1부터 외국어 교육 실시'가 들어갔죠. 우선 수도권부터 도입되었고 올해 가을학기부터 전국적으로 적용됩니다. 2. 그런데 실제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핀란드 학교들이 외국어 수업으로 '영어'만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핀란드 교육계와 언론은 이에 대해, "영어 외 다른나라 언어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라는 시각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3. 핀란드의 '다문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다양성 보장'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이 핀란드어를 익히고 핀란드 전통문화를 답습할 이유는 굳이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외국 문물이 널리 핀란드에 들어와 수용되어야 글로벌 역량이 키워진다는 입장입니다.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들에게 우리가 굳이 핀란드어/핀란드 문화를 강요할 이유가 있는가? 우리가 그들의 문화와 외국어를 배우면 되지!' -- 라는 식이죠. (물론 외국인이 '오우 핀란드어 잘해요 핀란드 음식 맛있어요' 해주면 내심 좋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ㅎㅎ) 핀란드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핀란드어를 모국어로 익히지 않는 스웨덴계 핀란드인들이 인구의 5%에 달한다는 점, 그리고 북극지역에 '사미족'이라는 소수민족이 사는 것은 핀란드 사회의 다양성 지향에 대한 명분을 더욱 강조하죠.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이러한 다양성 포용에 반발하는 민족주의자들도 더러 많습니다. (핀란드 제1야당이 극우정당입니다. 이름도 무려 "진정한 핀란드 당(True Finns)"... 감이 오시죠^^;) 4. 핀란드 외국어 교육도 핀란드의 '다양성 보장' 정신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핀란드 교육에서 외국어란 스펙, 취업, 글로벌 경쟁력과 경제 등의 보상 심리 추구와 거리가 아주 멀죠. 오히려 핀란드가 진정으로 다양성이 사회가 될 수 있는 수단, 나아가 누구나 핀란드에 오더라도 '참 이 나라 살기 편하구나'라고 느끼도록 포용해줄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기회로서 외국어 교육을 활용합니다. 그러니 "왜 학교들이 영어만 가르치나?"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세상에 영어 말고 얼마나 언어가 많은데, 왜 굳이 영어로 천편일률적으로 획일적으로 애들을 교육하냐 이거죠. 5. 더군다나 핀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이미 너무나도 잘합니다. 초등학교 때 영어를 안 배웠어도 지금 핀란드 어른들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죠. "그런데 굳이 초등학교까지 나서서 또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요?"라는 지적.... 음, 묘하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6. 이에 이 기사는 탐페레(Tampere) 시의 예시를 들고 있군요. 탐페레시는 유치원(보육원) 아이들에게 외국어 '맛보기' 수업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참고: 핀란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십중팔구 국공립입니다. 고로 정부/지자체에서 일괄적으로 관리 및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외국어 선생님들이 직접 유치원을 찾아와 맛보기 수업을 진행합니다. 약 8주 간 4 여 개의 외국어를 맛보기 한 이후에서야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 진학 후 어떤 외국어 과목을 처음 듣게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 35%의 학부모들이 자녀의 첫 외국어 수업으로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수업이 제공되는지, 어떤 외국어에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지를 알면 더욱 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거죠. 탐페레시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지역 내 문화/외국어 다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다만 아직 탐페레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들은 외국어 수업으로 영어만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핀란드 교육계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군요. 7. 한국에서 영어 교육이란 나 잘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식이 강합니다. 영어를 배워서? 좋은 학교 가고. 좋은 학교 가서? 좋은 직장 얻고... 핀란드도 물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좀 더 높은 월급의 직장을 얻는다는 수치/통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핀란드는 사회주의 국가죠. 돈을 많이 벌어 봤자 그만큼 사회에 더 많이 환원을 하는 구조입니다. (여긴 최고 소득세율이 60% 가까이 됩니다.) 여기에 핀란드 교육계는 초등학교를 잘 놀고, 잘 먹고, 많이 생각하며 지식을 쭉쭉 빨아들이는 귀중한 시기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초등학교 때 만큼은! 이라며' 아이들에게 (어차피 평생 쓰게 될 영어 말고도) 다양한 말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핀란드 교육 정신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참 이들의 고민이 글로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작은 논의들이 쌓이고 쌓여 핀란드라는 한 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죠.

Finnish schools teach languages earlier than ever, but struggle to move beyond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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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4일 오전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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