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커피마시면서 얘기를 하다 우리가 사실 모든 것을 배우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는데 처음에 너무 기계적인 것들을 가르쳤고 그게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많이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사실은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는 그냥 피아노를 혼자 쳐보게 하는게 낫지 않냐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서 치고 옆에서 피드백을 주고 그렇게 한단계씩 성장하면서 배우는게 낫다.
직장에서 고성과자들이 어떤 스킬을 처음 배울 때 엄청 이론적인걸 배운다거나 무슨 커리큘럼 쫓아가듯 배우지 않는다. 엑셀을 회사에서 처음 써보면 일단 엑셀을 사용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구글링을 하건 남한테 물어보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키운다. 엑셀 책을 사서 엑셀의 구조나 함수를 공부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결과적으로 엑셀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이건 프로그래밍도 똑같고 SQL도 비슷하다. SQL 책 사는 마케터 치고 SQL를 결과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이러한 방식은 애시당초 대단히 엘리특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한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원래 별로 없을 뿐더러 흥미를 느끼더라도 이런 교육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부모나 가르치는 사람이 대단히 드물다.
(사실 끔찍히도 싫어하는 질문이지만) 가끔 한국은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라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그건 노벨상을 받기 위한 교육 자체가 대단히 귀족적이고 엘리트적인데 한국은 그러한 교육과는 굉장히 멀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매우 소수의 재능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정부나 특정 단체에서 제공을 한다치면 그걸 대중들이 곱게 받아 들일리가 없다. 민사고도 폐지하는 마당에 그런 초엘리트적인 교육을 추구할리가 없다는 말이다.
근데 나는 이러한 교육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분명 평균적인 사람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게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는 근간이 된다고 생각하고 기초화장품을 팔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기초 화장품은 효과가 매우 미미하지만 그냥 파는 사람의 메시지와 느낌으로 파는거다. 그러니까 본질은 없지만 껍데기를 잘파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게 한국의 문화와 굉장히 잘 맞닿아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제약을 잘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한국의 사고방식의 근간을 바꾸지 않는 이상 노력이나 열정이나 부지런함으로는 쫓기 힘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난 한국이 노벨상 못받아도 좋고 세계적으로 뛰어난 과학적 성과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본다. 그게 꼭 국부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기질과 잘하는 점을 스스로 인정을 하고 그냥 잘하는거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자꾸 입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