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계획한 대로만 업무가 진행되진 않는다. 계획했던 것보다 업무 진행 속도가 더딘 건 물론이고 심지어는 중간에 일이 중단되기도 한다. 이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춰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달래기만 하면 될까? 직장에서 끔찍한 상황에 닥쳤을 때 직원들이 슬픔, 분노, 억울함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출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전문가다운 자세이고 회사에도 좋은 것일까?
<비터 스위트>의 저자 수전 케인은 “전 직원이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면 그 기업은 직원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며 “그래서 기업들은 긍정적 사내문화 형성에 더욱 집중한다”고 주장했다. 케인은 “기업들이 긍정적 사내문화 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직원들에게 일종의 가면을 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케인은 2012년 출간된 저서 <콰이어트>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작 <비터 스위트>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인간의 창의성 발휘 등을 이끄는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케인과의 일문일답.
1️⃣기업들은 모든 유형의 감정을 포용하기보다는 긍정적 사내문화 형성에 더 집중한다. 왜 그런가?
▷긍정적인 문화가 있는 일터를 행복한 조직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직원 모두가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면 회사는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이 때문에 부정적 감정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감정을 포용하는 문화 형성보다는 긍정적 문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2️⃣긍정적 사내문화가 형성된 기업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불안감, 긴장감 등 부정적 감정들을 어떻게 직장 동료 또는 리더와 나눌 수 있을까?
▷이런 분위기의 일터에서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타인과 나누기 어렵다. 만약 직원들이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드러내는 것을 조직이 원한다면 리더가 부정적 감정들을 나누는 것이 괜찮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또는 리더가 먼저 본인의 슬픔, 불안감 등을 직원들에게 드러내야 한다. 리더십의 정의는 ‘먼저 앞장서는 것’이다. 긍정적 감정뿐만 아닌 부정적 감정들을 리더들이 앞서 표현하고 나눈다면 직원들은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괜찮다고 인식하게 된다.
3️⃣‘리더는 강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부정적 감정들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을 피하는 리더도 있는데?
▷’강함‘을 재정의해야 한다. ’강하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단 한번도 애통함을 느껴 본 적이 없거나, 누군가에게 배신당해본 적이 없거나(그래서 분노를 경험한 적이 없는), 누군가를 잃어본 적(그래서 슬픔을 느낀 적이 없는)이 없는 게 ’강함‘인가?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슬프고 애통한 감정을 통해 개인이 성장하고, 타인과 연결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연결하는 것을 ’리더의 강함‘이라 재정의해야 한다.
4️⃣부정적 감정을 조직원들에게 표현한 리더의 예를 들어달라.
▷세계적 정유기업 셸에는 멕시코만 굴착 시설을 담당한 리더로 ‘릭 폭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곳에는 매우 마초적 문화가 존재했다. 1997년 당시 회사는 폭스에게 더 위험한 지역을 굴착하라고 요구했다. 폭스는 직원들의 안전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폭스는 직원들을 진짜로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조직의 마초적 문화라는 점을 깨달았다. 조직에서 ‘일을 하는 방법을 모른다’ ‘뭔가 잘못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낀 직원들이 한 명도 없었다. 이 모든 건 괜찮다는 듯 행동해야 하는 조직의 마초적 문화에서 기인했다.
마초적 문화를 없애기 위해 폭스는 직원들과 함께 상담을 받았다.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상담 시간을 마련한 뉴어 컨설턴트는 직원들이 서로에게 본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도왔다.
그 결과 직원들은 개인의 아픔(가령 이혼 등)에 대해 동료들과 나누는 것을 편안하게 느꼈다. 더 나아가 ‘이 기계의 작동법을 모르겠다’ ‘(굴착)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등 업무와 관련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도 편하게 느꼈다. 이후 굴착시설 사고 발생률은 무려 84%나 감소했다.
5️⃣누군가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부정적 감정을 공유했다고 가정해보자. 리더나 동료는 해당 사람이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줘야 하나?
▷딱히 그렇지는 않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받는 자체에 큰 위안을 느낀다.
감정 노동이란 개념이 있다. 개인이 진짜 느끼는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얼굴에 드러나게 하는 것이 감정 노동이다. 이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런 감정 노동을 하지 않고 개인의 진짜 감정을 표출하고 타인이 이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