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장이 나에게 묻는다.

"기획자를 뽑아야 한다면 어떤 기획자를 뽑아야 하나요?"

우리 조직은 개발 중심 조직이라 기획자가 매우 적은 편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기획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조직이라고나 할까. 기획자의 R&R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구성원도 꽤 많다.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조직의 일개 팀에서 기획자를 충원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기는 하다. 그러나 언급한 바와 같이 기획자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우리한테 맞는 기획자의 조건이 어떤지 알 수 있을리 없다.

"백오피스 기획 경력이 중심인 3~5년차 웹 기획자를 뽑으세요."

간단히 말해 주었지만 여기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기획에는 흔히 말하는 '풀스택' 기획자가 거의 없다.

나의 경우에도 UX 업무를 안 한 지 10년이 넘었고, 금융 쪽 업무는 아예 해 본 경험이 없다. 못할 자신은 없으나 그래도 역시 전문적으로 이쪽을 해온 기획자가 당연히 나을 터이다.

그렇다면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에 가장 맞는 기획자를 골라야 하는데 이런 기준에서 보면,

1. 우리 조직은 B2C 사업을 하지 않는다.

2. 우리 조직은 주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 연계된 웹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 우리 조직은 Low-code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이렇게 조직의 사업 방향이나 미래 비전을 3가지로 정리하고 거기에 맞는 경력이나 조건을 가지고 서류 또는 면접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면 된다.

구체적으로는,

1. B2C 사업을 하지 않으니 백오피스 또는 업무 시스템 기획 경력이 있는지.

2.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 웹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웹 기획자이면서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지.

3.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이나 개인의 발전이 이뤄져야 하므로 이에 대한 반감이 없고 개인적인 비전이 있는지.

이런 내용으로 기획자를 검증하고 채용하면 되겠다.

그리고 좋은 기획자다 싶으면 연봉 많이 주고 잽싸게 채용하자.

(그래도 역시 인성이 첫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