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21 ] ⟪위대한 치킨의 탄생⟫

📌 이럴 때 추천해요 : "유려한 단어가 아니라 진짜 철학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만나고 싶을 때"


01 . 책 제목만 보고서 '왜 이런 책을 추천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책을 처음 접한 저도 '왜 이런 책이 나온 걸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접했습니다. 그리고 책의 부제보다도 더 크게 써 있는 '닥(?)고기 마니 머거'라는 카피도 참으로 생경했고 말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책은 여느 기업의 흔한 경영 이야기, 브랜딩 이야기들보다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도 않은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한 번 소개해 볼까 싶었죠.


02 . ⟪위대한 치킨의 탄생⟫은 최근 10년 사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칙필레(Chick-fil-A)'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소고기 패티 경쟁이 과열을 넘어 광기에 가까운 경쟁구도로 가고 있던 시점에서 젖소가 “닥고기 마니 머거(Eat Mor Chikin)”라고 외치는 한 장 사진으로 큰 반향을 이끌어낸 캠페인은 그 등장부터 칙필레가 꽤 희한한 브랜드라는 것을 인지시키기에 충분했죠.


03 . 하지만 칙필레는 의외로 꽤 튼실한 경영철학을 가진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 (가급적) 점주 1인당 매장 하나만 운영하도록 한다

  •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다

  •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으며 매출의 일정 부분은 기부한다

  • 직원을 위한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본사보다 가맹점 운영자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유지한다

  • 새로운 매장을 열 때마다 1년 치 무료 교환권을 제공한다


마치 19세기 기독교 교리에 근본 한 가족 경영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이런 철학들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04 . 그러나 생각보다 책 내용은 브랜딩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근 15년간 출간된 브랜딩, 마케팅 스토리 책들은 대부분 실리콘밸리 식 성공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나 완전히 반대로 일본, 유럽 등지의 장인 정신 물씬 풍기는 로컬 브랜드를 다루는 형식이었습니다.

이들이 잘못되었다기보단 마치 브랜딩이라는 게 하나의 성공 공식을 가진 것처럼 몰아간 다음 어느 시점에는 이르러서는 이 정도로는 성장해야 좋은 브랜드라고 결론 맺는 그 알 수 없는 법칙을 만든 저널리스트들의 문제가 더 컸죠.


05 . 그런 때 등장한 칙필레의 성공 사례는 '그래. 브랜딩이라는 게 결국 자기가 확신하는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행동하며 그 결과물을 타인에게 소개하는 거였지'라는 가장 간단한 원리를 깨우치게 만드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더불어 '착한 브랜드', '공격적 경영' 같은 말을 붙이지 않아도 치킨버거라는 수백 년은 된 상품을 다시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미국 프랜차이즈 점유율 1위와 맥도날드의 2배를 넘는 점포당 매출이라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죠.


06 . 따라서 '나 그동안 겉멋 가득한 브랜딩 이야기에 좀 지쳤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유려한 단어 대신 '회사', '직원', '고객', '철학', '대중성' 같은 아주 일반적인 단어만으로도 자기다움을 완성시킨 칙필레의 사례를 한 번 들여다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경영 이념으로 호평을 받은 '이삭 토스트'의 초거대 미국 성공기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경영과 브랜딩 이 모두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한 번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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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4일 오전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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