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에 불어닥친 정리 열풍은 버리고 비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원조 격인 추운 나라에서 내가 발견한 건 좀 달랐다. 핵심은 수납 요령이나 몽땅 버리기, 하얀 바탕색, 목재 가구가 아니었다. 소비였다." "한번은 헬싱키의 한 갤러리에서 한국 전통 양식을 살린 그릇을 전시 겸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갤러리 주인이 작가에게 전시 끝나도 그릇은 두고 가라고 권했다. “여기 사람들은 그릇 사는 데 보통 석 달 이상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건 하나 사면서 석 달은커녕 사흘도 나는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생활은 단조롭고 무엇보다도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불편을 견뎌 자유를 얻었다. 물가가 비싸서 근검절약한다거나 ‘아껴야 잘산다’는 개념과는 좀 달랐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에 내 공간을 뺏기지 않을 자유, 온전히 내 필요와 취향에 맞춰 삶의 터전을 섬세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자유, 그래서 사소한 일상의 완전한 주인이 되는 자유를 누렸다." 잔뜩 산 물건을 한꺼번에 비우고 정리하는 것보다 애초에 '덜 소비'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미니멀리즘의 원조 핀란드가 보여주는 내 돈 주고 산 물건에 내 공간을 뺏기지 않는 자유. 그릇 사는 데 석달 이상 고민하는 이들 만이 누릴 수 있다.

[카페 2040] 버려줬다고 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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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8일 오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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