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 2019년
우리가 1년에 딱 한번, 프로모션 할인가로 퍼블리 12개월 멤버십 플랜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직은 퍼블리가 '사회초년생 및 팀장의 업무 생산성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갖추기 전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지식 콘텐츠를 고객들이 정기결제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 '의지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고객들이 학습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콘텐츠 소비하는 습관을 형성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ㅎㅎ
그러던 중 우리와 도메인은 다르지만 유사하게 '의지 비즈니스' 영역에 있는 곳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대표적으로 헬스장 사업(운동)과 영어공부 사업(교육)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새해가 다가오면 새롭게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인간의 본성(이겠지? ㅎㅎ)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때 링글이라는 1:1 영어교육 서비스의 연말 프로모션을 광고에서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도 비슷하게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후닥닥 준비해서 짧은 기간 시도해 보았던 것이 2019년 12월이다.
Acquisition 의 시대: 2020-2021년
2020년에는 제대로 해보자, 라고 결심했다. 10월부터 준비를 해서 12월 1일을 시작으로 약 5주동안 프로모션을 했다. 이때가 처음으로 광고비를 크게 써 본 시기였다. 페이스북에 걸어둔 결제카드가 중간중간 막혀서 페이스북 담당자와 여러차례 이야기해서 해결해야 했던 아찔한 기억도 난다.
동시에 연말연초에 어떤 메시지가 고객들에게 소구되는가? 즉, 어떤 메시지에 고객들이 반응해서 한번에 근 10만원을 결제하게 만드는가? 에 대해서도 수많은 광고 시안을 통해서 배우게 되었고, 성과도 좋았다. 매일 매일 자정마다 매출을 집계해서 슬랙에 공유하면서, 돈을 버는 짜릿함이 이렇게 크군, 이라는 것을 팀 모두가 체감했던 시간이었다.
2021년에도 12월 1일에 시작해서 1월 마지막 날까지 8주를 꽉 채워서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이 시기에는 퍼블리의 유료구독 고객수를 늘리자, 라는 단 하나의 목표지표를 향해 매진을 했다. 그리고 지금 되돌아보면, 투입한 비용 대비 성과를 정교하게 따지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쏟아부었던 마지막 시기이기도 하다. (2022년 2분기부터 스타트업 시장이 바뀌기 시작했으므로)
Retention 에 대한 고민: 2022년
2022년도 어김없이 연말 프로모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터를 보며 깨달은 것은, 앞서 두 번의 프로모션과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Acquisition 을 위한 광고비 효율이 크게 낮아졌고, 동시에 고객의 재결제율도 심상치 않았다.
시작한지 약 2주가 지나고 나서, Acquisition 보다는 고객의 재결제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통해서 목표 매출보다 목표 이익을 달성하는 것으로, 프로모션의 방향을 틀었다.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광고비 보다는 기존고객 대상으로한 CRM에 마케팅 예산을 더 많이 부여했고, 결과적으로는 앞서 두 해보다 훨씬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목표 이익을 맞춰냈다. 실제로 매출 및 이익 기여도를 따져보면, 기존고객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이익이 더 높아진 첫해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때부터는 고객 Retention 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프로모션과 관계없이, 우리는 고객 Retention 에 대해 꽤 오랫동안 집착적으로 일을 해 왔다. (지금은 이 상품이 없어졌지만) 1개월 정기구독 회원을 가입한 고객의 다음달 재결제율이 팀 전체의 KPI 였던 시기도 있었다. 2018-2020년 사이, 퍼블리가 정기구독 사업을 시작한 초반인데 이때는 거의 2년을 재결제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썼다. 재결제율의 선행지표를 다양하게 뜯어보며 가설을 세우고 제품 스프린트 실험도 모두 여기에 몰려있었던 때다.
그 후 2020-2022년은 재결제율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었다고 생각해서 Acquisition 에 리소스를 부었던 것인데, 역시 시장의 역동성은 생각하면 할수록 놀랍다. 고객의 니즈와 소비 패턴도, 경쟁사들의 전략도, 물론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도 계속 변한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세상 일엔 정반합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변한다. 중요한 건, 그 변화의 시점이 다가오는 것을 예리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가오는 파도를 탈 수 있을테니까.
2022년 프로모션을 마친 후 회고를 하는 자리에서 데이터를 여러모로 뜯어보았고, 이때 내 머리에 남은 딱 한가지 생각은 Retention 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장 많은 반복매출이 발생하는 연말연초 프로모션 시기에 재결제가 도래하는 고객들의 Retention.
그래서 무얼 했나?: 2023년
2023년, 퍼블리 사업팀 모두가 Retention 에 민감해졌다. 그런데 Retention 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란 너무나 많고 복합적이다. 명확한 상관관계를 파헤치기 쉽지 않다. 자원은 언제나 적다. 그래서 컨피던스가 높은 가설을 신중하게 골라서 움직여야 했다. 사업 리더인 소리와 논의 끝에, 가장 중요한 기조를 정했는데 바로 "고객과 더 자주,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라는 것이었다.
우리 팀 안에서 자주 쓴 표현인데, 결혼식 직전에 고객에게 청첩장을 주면 안된다, 라는 것이 있다. 1년 내내 꾸준히 긴밀하게 연락을 해 두어야, 관계의 힘으로 청첩장을 줄 수 있고 받는 사람도 흔쾌히 결혼식장에 올 수 있다, 라는 것. 최소한 축의금이라도 보낸다.
이전에는 제품의 힘으로 개선해보고자 했던 것들을, 오퍼레이션으로 할 수 있는 일들로 더 기민하고 가볍게 해보도록 바꾼 것도 큰 변화다. 예를 들어, 오픈카톡방을 열어서 고객들에게 매일 아침 꾸준히 콘텐츠 추천을 하는 것도, 이메일로 신규/인기 콘텐츠나 새로 만든 커리큘럼 소개를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발송을 한 것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고객들과 소통을 해 온 것도, 다 같은 목적 하에 진행된 액션들이다. 일론 머스크의 책에 나오듯, 오퍼레이션으로 사람이 해 볼만큼 해 본 후에 자동화를 해야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
그리고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도 콘텐츠의 퀄리티와 경쟁력이다. 콘텐츠가 좋으면 제품이 아무리 별로여도 고객은 어떻게든 결제하고 소비를 한다. 제품이 훌륭하다는 이유로 결제를 하는 고객은 (아마도 거의) 없다. 고객이 반복결제를 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계속 퍼블리를 사용하면 내 업무에 도움을 얻을 수 있겠구나 라는 신뢰가 생기도록 하는, 좋은 콘텐츠는 끊임없이 발행이 되어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의 양이 아닌 질이 더 중요하고, 더 중요한 건 질이 좋은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2023년 프로모션 초반 스코어
이번주 월요일, 일요일 자정까지의 전주 실적을 뜯어보다가 정말 기쁜 숫자를 발견했다. 바로 고객들의 재결제율. 작년 동기간의 재결제율 대비해서 무려 10%p 이상 올랐다....!
앞서 말했듯, 재결제율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해 본 네이버페이 10,000원 포인트 환급이 큰 역할을 했을 수도 있고, 올해 처음으로 시도해 본 콘텐츠 중심 마케팅이 잘 먹혔을 수도 있다. (퍼블리라는 브랜드 대신 우리가 자신있게 자랑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소구 포인트로 삼아서 접근해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올해 1월부터 팀 모두가 Retention 을 높이자 라는 목표 하에 11개월동안 해 온 행동들의 누적 합계가 지금의 숫자로 보여지고 있다는 것. 결국, Retention 은 결코 단기적인 액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표가 아니며, 긴 호흡의 노력이 투영되어야만 비로소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아직 프로모션 초반이지만 명확하게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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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적어본 글.
2023 퍼블리 연말 프로모션은 여기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s://hello.publy.co/2024pr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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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0일 오전 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