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게을러서 생각하는 것 조차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일단 만들고보자는 주의였다. 그런데 최근엔 토론과 사고 실험을 위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고 있다.


아직 좀 답답하긴하지만, 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가면서 확신하는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이, 만들어가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 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된다. 시간과 리소스를 절대적으로 아낄 수 있다.


만들어 보는 것 보다 토론과 사고실험을 거치는 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아이디어를 쉽게 폐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에 조언하는 것이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하라는 것인데,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관성에 의해 그리고 아깝다는 생각에 아이디어를 폐기하기가 어렵다. 팀에 구성원이 많을 수록 더 그렇다.


반면에 다음 단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려 할 때, 시작 단계보다 배 이상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드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매몰 비용이 점점 더 가중된다.


그래서 사실은 빠르게 시도하거나, 반복 개선을 너무 빠른 주기로 가져가는 것은, 오히려 빠른 실패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즉, 일단 만들기 시작하는 방법으로는 실패 비용이 매우 커지거나, 관성에 의해 잘못된 길을 너무 멀리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완성될 때 까지 만드는 것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고 실험보다는 분명히 눈에 보이거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이디어를 확인하거나 발전시키기가 좋다. 팀이 경험이 적은 구성원만으로 이루어져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때가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때이다. 이 때 대강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검증하는 것을 돕는다면 그 누구보다도 돋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핵심 컨셉을 확실히 확인(맞는지 틀린지) 할 수 있으면서도, 며칠 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 방식을 적절하게 선택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참 어렵긴하다. 만들기 시작하면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수준으로 구현해야, 아니라면 빠르게 폐기 할 수 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꼭 필요한 수준으로 적절한 설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때가 기획자가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때이며, 무엇을 해결하고 싶은지 혹은 검증하고 싶은지를 디자이너나 기획자가 자기가 생각 한 아이디어인 것 처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설명 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덧) 토론과 사고 실험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는데, 이는 대부분 UX와 관련된 감각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UX와 관련된 부분을 고민하는 단계라면 이미 목적과 방향은 정해진 상태. 다른 경우는 아직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인데, 그런 길은 사실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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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1일 오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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