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이 일본으로 탈출한 뒤 받은 54개 질문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국경제
근대화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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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이 기록한 ‘조선왕국기’에 ‘조선인은 전 세계에 12개 왕국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남만국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일본인이 포르투갈을 부를 때 사용하던 이름입니다. 그들은 네덜란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 많은 나라가 있다며 이름을 말해 줘도 비웃으며 필시 고을이나 마을 이름일 거라고 반박합니다. 해안에 대해 그들의 지식은 샴(태국) 이상 멀리 나아가지 못합니다. 더 먼 외국과 교류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6세기부터 유럽과 교류하면서 서양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유럽의 군사 접근에는 강한 보호막을 치면서 무역과 상업에서는 실리를 챙겼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나가사키를 열어 주고 난학(蘭學·네덜란드학)을 배워 근대화의 동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조선은 국제 정세를 너무 몰랐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청나라의 앞선 과학기술을 오히려 오랑캐 것이라고 외면했다. 하멜 일행의 서양식 선박 제조와 장거리 항해, 대포와 소총 관련 기술을 활용하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3125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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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6일 오전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