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 잃었어 - 일없어'
어제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이력서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더니, 한 구직자가 자신의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입니다. 현재 이력서가 준비되어 있는지 물었더니 "잃어버렸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정말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울 만큼 자신의 이력서가 변변치 않아서 숨기고 싶다는 의미였죠. 왜 보여주기 싫은지 물었을 때, 이력서에 써넣을 특별한 경험이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뻔뻔했던 신입 시절의 나
제가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당시 제 이력서는 그리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희망하는 직무가 없었기에 어디든 투척할 수 있는 범용 이력서였고, 어제 만난 구직자의 말처럼 특별한 경험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직장생활을 대비한 경험이 전무했죠. 서류 전형 합격률이 낮았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채용 담당자라도 그런 신입은 뽑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신입 채용에 도전하던 저는 대단히 뻔뻔했습니다. 이력서는 촌스럽고 알맹이 없는 가벼운 내용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취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남들이 취업하니까 저도 취업하고 싶었고, 남들이 취업해서 돈을 버니까 저도 제 힘으로 돈을 벌어 부모님 신세를 면하고 싶었습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대단한 목표는 없었지만, 취업하자는 확실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형편없는 이력서였음에도 입사 지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완벽한 준비의 함정
요즘 신입 구직자들은 완벽한 이력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히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입사 지원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죠. 준비를 꼼꼼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훌륭합니다. 그러나 준비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판단은 스스로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준비된 상태로 입사 지원을 해보며, 동시에 필요한 준비를 계속 갖추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이력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력서는 제품과 같아서 끊임없이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는 발자취라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매일 한 발자국씩 나아갈 수록 업데이트할 내용이 생겨납니다.
특별한 경험이란 무엇인가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이야기도 완벽한 준비와 비슷한 맥락으로 버려야 할 생각입니다. 세상에 어떤 경험이 특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대단한 브랜드 가치를 지닌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특별한가요? 대단한 숫자로 성과를 만든 내용이 특별한가요? 대단한 사람과 협업한 경험이 특별한가요?
눈에 보이는 어떠한 요인이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입니다. 특별한 경험은 경험의 주인인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특별하게 소개할 때 대단해진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자신의 경험을 대단하고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사람이 대신 특별하고 대단하게 봐줄 수 있을까요? 먼저 자신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자신의 경험을 특별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구조
제가 정의하는 특별한 경험이란,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담긴 내용입니다. 어떤 배경에서 일을 시작했고, 목적과 목표가 무엇이었으며,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과 결과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로 경험을 소개한다면, 우리의 어떤 경험도 특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문제로 생각하였기에 경험했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인지 설명을 잘 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경험이 더욱 특별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력서를 작성하는 많은 분들이 경험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문제 정의, 즉 일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목표와 목적을 설명하는 내용이 없을 때, 성과가 대단하더라도 경험에 대한 소개를 읽는 사람이 경험의 성과를 특별하고 대단하다고 판단하지 못합니다.
경험의 시작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있을 때, 일을 진행한 과정을 흥미롭게 보게 되고, 성과가 크든 작든 공감과 납득을 하게 됩니다.
당당한 이력서를 위한 제안
이력서의 내용, 형식, 디자인, 가독성 등 채용 전형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많습니다. 오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꼭 경험을 잘 풀어서 설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기존에 자신이 봤던 이력서 형식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자신의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자랑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보세요. 합격하는 이력서의 모범 답안은 바로 여러분 머리와 마음 속에 있습니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경험을 마음껏 담아낸 이력서를 뽑아내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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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9일 오후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