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질(Anti fragile)한 상품개발 프로젝트 관리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블랙스완》(2007)의 저자인 나심 탈 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불확실성에 대한 연작물을 저술하였는데 대표작으로는 《안티프래질》(2013)이 있습니다.


상품개발 프로젝트 위험관리 영역에서 참조할 수 있는 《안티프래질》(2013)의 내용에 저의 의견을 보태어 공유합니다.


안티프래질은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프래질(fragile)은 유리와 같이 ‘충격에 약 한’것을 의미합니다. 안티프래질은 프래질의 반대말로 ‘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이라는 의미입니다(‘충격에 강한’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물체는 충격을 받으면 모양이 깨지거나 파괴됩니다. 그러나 생태계 나 유기체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충격을 받을수록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인류 가 진화를 해온 것이나 문명을 이룩한 것은 모두 위협(충격)에 대응하여 더 강해진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안티프래질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단식, 웨이트 운동은 신체에 충격을 주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안티프래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출시 후 상품의 큰 개선은 상품을 프래질하게 만들지만, 출시 전 상품의 개선은 상품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듭니다. 상품기획 단계에서 고객에게 충격을 많이 받을수록 상품은 안티프래질해집니다.


-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도, 충격에 프래질해서는 안됩니다.

프로젝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결과에 따라 기업이 큰 타격을 입어서는 안됩니다. 포트폴리오 관리를 할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은 예외입니다. 개인의 자산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패를 예측하는 노력보다 실 패의 크기를 제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작은 산불은 큰 산불을 예방합니다. (작은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합니다)
작은 산불은 큰 산불을 예방합니다. 작은 산불이 낙엽이나 나뭇가지처럼 인화성 물질을 없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호주 원주민들은 덤불에 작은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으로,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습니다. 상품개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품개발의 작은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적용하면 큰 실패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실패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프로세스와 관리체계를 복잡하게 운영하면 작은 실패에는 강하지만, 큰 실패에는 취약합니다. 정부의 복잡한 규제가 초래하는 부작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해롭습니다.

데이터를 자주 볼수록 유의미한 신호보다 의미 없는 잡음을 많이 접합니다. 금융 거래는 하루를 기준으로 볼 때 5%의 신호를 제외한 95%가 잡음입니다. 매일, 자주 듣는 건강정보도 자주 섭취하는 설탕과 같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건강정보에 집중할수록 잡음에 근거한 의사결정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찾아내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인터넷 정보를 분석하는 시간을 줄이고 상품의 본질을 고민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양극단을 추구하는 바벨(역기) 전략이 때로는 유용합니다.

개인의 자산관리에 비유하면 90%의 재산은 안전한 상품으로 보유하고, 10% 재산은 위험이 매우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중간 정도의 위험에 모든 자산을 투자하면 큰 위기에 매우 취약해집니다. 이는 상품 포트폴리오 운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험이 매우 높은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일정비율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있는 개인이 퇴근 후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창작, 유튜버)을 하면 큰 실패를 할 확률이 없으면서도 큰 성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닙니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암이 없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상품이 성공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해서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진이 요청하는 성공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그 상품이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주장이 옳다는 것을 입증 하기는 무척 힘들지만 특정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반대 사례 하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세상의 백조가 모두 흰색이라는 것(긍정적 지식)은 입증하기 힘들지만, 세상의 백조가 모두 흰색은 아니라는 것(부정적 지식)은 다른 색깔의 백조 한 마리면 충분합니다.


- 어설픈 개입은 해롭습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쉽습니다. 환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의사는 무능력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를 생각하는 명의가 섣부른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몸에는 자가치유력이 있어 어설픈 개입이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품 개발도 경영층이나 관리부서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통제하면 부작용이 많아집니다.

경영층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개발 팀원들이 협업하고 소통하며 문 제를 해결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느리게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조직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듭니다.


- 승부의 책임(skin in the game)을 장려합니다.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로마시대에 다리를 만든 사람은 일정기간 동안 다리 아래에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합니다. 상품개발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닭과 돼지로 은유하기도 합니다. 아침 식사를 만들 때 닭은 자신이 희생되지 않는 대신 계란을 내어주고 돼지는 자신의 살을 도려내어 베이컨을 줍니다.


프로젝트 결과를 책임지는 상품개발팀은 돼지로, 관리팀은 닭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돼지’들이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젝트 환경을 제공하 고 ‘닭’들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도록 해야 합니다. 상품개발 팀을 프래질하게 만들수록 안티프래질해지는 부서는 기업 내부에 없어야 합니다.


아래는 제가 《안티프래질》(2013)에서 좋아하는 문구입니다.


바람은 촛불은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무작위성, 불확실성, 카오스도 마찬가지 다. 나는 당신이 이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활용하기를 원한다. 불이 되어 바람을 맞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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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슬기로운 PM 생활>을 25년 1월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4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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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0일 오전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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